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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정조와 노무현
400만 관객을 향해 흥행질주 중인 영화 ‘역린’의 주인공 정조는 세종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 개혁군주다. 국사학자들은 세종 보다 정조를 더 쳐준다. 세종이 화려한 문치(文治)를 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태종이 ‘피바람을 일으키며 정적을 모조리 제거한 덕분이었다. 반면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뒤주 속에 가둬 죽인 노론 세력에 둘러싸여 있었다. 개혁은 정조의 사활이 걸린 필생의 화두일 수 밖에 없었다. 정조가 노론 세력을 견제하려고 남인을 요직에 앉혔지만 관렴론적 성리학에 빠진 조선을 실용주의로 구출해 미래지향적 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 24일 서거 5주기를 맞은 노무현은 광복 이후 최고의 개혁적 대통령으로 꼽힌다. 정조가 화성 천도를 꾀했듯 수도 이전을 추진하다 우여곡절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출범시켰다. 반칙과 기회주의가 난무했던 과거사를 바로 잡으려 했고 ‘권력의 시녀’라는 꼬리표가 붙던 국정원, 검찰 개혁에도 나섰다.주권 외교를 외치며 미국과의 마찰도 감수했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김정일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가장 서민적 면모’의 대통령으로 사랑받았지만 한편으로 이상과 현실에서 길을 잃고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국민 통합에 실패한 대통령이란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내걸고 개혁의 길에 나섰다. 적폐 청산, 관피아 척결 같은 권위주의 시대에 등장했던 ‘센 용어‘가 난무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2.0 시대에는 채찍만이 능사는 아니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세련된 방식이라야 선진적 관료문화를 만들 수 있다. 정조와 노무현의 성공과 실패를 타산지석 삼기 바란다. 


문호진 논설위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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