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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 검사’ 추락시킨 고장난 청와대 인사검증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후보지명 일성으로 부패척결과 공직사회 혁신을 다짐했으나 정작 자신이 전관예우 등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이 된 마당이니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안 후보자가 변호사 5개월 동안 벌어들인 16억원 가운데 4억7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고 개업이후 증식한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 기부시점이 총리지명 전후로 밝혀지면서 ‘기획 기부’ 논란을 낳았고 11억 사회환원 선언은 총리직을 돈으로 사려한다는 질타로 이어지며 오히려 국민정서를 악화시켰다.

안대희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의 카드’로 주저없이 꺼내들만큼 국민적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성역없는 대선자금 수사를 관철시키며 ‘국민검사’로 불렸다. 강북의 비 새는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36년 공직을 청념과 강직으로 일관했다. 존경받은 법조인의 표상이 돼야 할 이런 인물조차 전관예우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법피아’(법조+마피아)의 기득권 고리가 얼마나 강고한 지를 알 수 있다. 관피아 뿐만 아니라 법피아 적폐 청산도 우리 사회의 과제로 떠올랐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데는 청와대 책임이 더 크다. ‘황제 전관예우’ 시비가 불거질 인물을 ‘관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내세운 어처구니없는 상황 판단은 할 말을 잊게 한다. 만약 고액 수임료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면 무능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청와대가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 전력을 알고서도 후보 지명을 강행했다면 더욱 큰 문제다. 

인사 검증의 첫 관문이 재산 문제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안 후보자의 고액 수임료 문제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안 후보자를 후보로 지명했다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눈높이’로 총리 후보자를 검증했다는 것인데 청와대 참모진의 기능이 크게 고장 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 실무진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참모진이 이 지경이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이후 6번이나 사과하고 정부 조직개편안도 열흘도 안돼 뜯어 고치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해도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박 대통령 일 수 밖에 없다. 여론과 언론이 ‘수첩인사’에서 벗어나 인재 풀을 넓히라고 수없이 요청했지만 총리 후보자는 모두 법조인 일색이었다. 지역 편중도 심각하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 입법·사법·행정부의 수장이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이다. 세월호 사태는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율사와 PK에서만 찾으면 이런 인재를 발굴하기가 어렵다. 총리와 내각 인선이 곧 국민통합의 메시지가 되도록 정파를 초월해서 널리 사람을 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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