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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강우현> 바이오 관광 띄워라
세월호 여파로 관광업종 직격탄
내수 활성화 - 경기회복 수단돼야
자연환경 · 문화유산 보전의무 등
여행자가 돈내고 주인의식 갖게



세월호 여파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분야는 아마 문화관광 관련 업종일 것이다. 청소년들의 수학여행이 취소되자 교통 숙박시설은 물론 식당과 기념품 가게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크고 작은 공연이나 문화행사는 대부분 취소되고 기업이나 어른들의 단체활동까지 급감했다. 문화관광부가 국내관광을 활성화시키겠다고 야심작으로 추진한 관광주간도 된서리를 맞았다. 5월과 10월, 1년의 절반을 이 성수기에 번 돈으로 살아간다는 문화예술 관광분야는 문자 그대로 쑥대밭으로 변했다. 소규모로 운영되던 업체들 가운데 소리 없이 문을 닫은 곳도 적지 않다.

1999년 9월, 국내의 대표적인 우수관광기념품을 한데모아 전시판매하는 한국관광명품점이 서울 명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관광에도 명품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관광명품점에는 한국의 문화적 특색을 반영한 최고 품질의 1000 여 가지 관광기념품이 입점했다. 지금은 전국 어딜 가나 명품점이 즐비하다. 명품점은 명품이 사라진 보통명사가 되었다.

지난 주 제주에서 생태관광 사업을 하는 고제량 대표를 만났다. “잘 되세요?”, “요즘은 너도 나도 생태관광을 한다고 해서...” 용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건 생태관광도 마찬가지다. 이 말이 처음 사용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08년 12월 환경부와 문화관광부가 생태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식화된 것 같다. 생태관광은 자연보전 활동을 주목적으로 관광객에게 환경보전의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수익을 활용하여 지역주민이나 생태계 보전에 도움을 주는 선행관광의 한 형태다. 6월로 접어들면서 세간의 관심은 일단 지방선거에 쏠려 있지만 여름방학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관광산업에 관심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관광을 사치나 시간낭비로 생각하는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 내수 활성화와 경기회복의 소통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손님들이 돈을 안 쓴다”는 말은 여행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관광지의 특성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돈을 들여서까지 가야 할 이유가 없는 여행상품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손님이 지갑을 열게 하라고? 여행자에게 지갑은 생명과 같다. 여행자는 남다른 특성, 신비로운 풍광과 경험을 보고 느끼고 담아가고 싶어 한다.

소비자의 권리가 커지고 있다. 돈은 내면 모든 권리를 산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종업원을 하인으로 생각하는 손님으로부터 관광지의 꽃나무를 멋대로 훼손하는 이들도 있다. 손님의 무한한 권리를 제한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관광지는 없을까? 새로운 개념으로 바이오 투어리즘을 생각해 본다. 돈을 지불하는 여행자에게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가꿀 의무만 보장하는 역발상 관광, 좋은 손님을 받기 위한 전략으로 제안한다.

바이오 투어리즘은 20세기 중반 유럽에서 잠깐 논의되다가 사라진 개념이다. 자연생태와 문화유적을 훼손하는 이들과 달리 자신이 돈을 냄으로써 주인의식을 고취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로 남이섬에서는 손님이 자신의 돈으로 나무를 사다 심고 가꾸거나 예술가가 작품을 기증하여 많은 이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이름이 걸린 꽃과 나무, 조형물을 다른 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기도 한다.

상품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인터 액티브 시대, 이제는 관광산업에도 응용해 볼 때다. 특히 생태관광은 자연 환경 자체가 인간의 삶이나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바이오관광을 통해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체험관광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이미 운용되고 있으니 바이오관광을 새로운 브랜드로 세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생태관광에서 바이오관광 시대로, 싱싱자연을 생생체험하는 관광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기대된다.

강우현 남이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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