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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혹한 현실…홍명보號 ‘투지’ 를 보여라
튀니지 · 가나戰 약체 전형 보여준 패배
H조 국가들 평가전 선전 16강行 암운 

강팀 이기려면 활동량 · 정신력 필수
투혼 실종 대표팀…멘털부터 다잡아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홍명보호의 전력 실체가 대회 직전 처절하게 드러났다.

홍명보호가 올 해 치른 6차례의 평가전 성적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같은 H조에 속한 타 팀들의 평가전을 비교 분석해 본 결과, 결론적으로 16강 진출을 기대할 수 없는 기량임이 드러났다. 지난 해 말이나 올 연초라면 단기적 보완이라도 가능할 텐데, 대회 개최를 이틀 앞둔 현재로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아주 간단한 응급처치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평가전은 월드컵 성적으로 직결되지 않고 말 그대로 모의고사와 같은 성격이지만 오히려 이변 많은 단기전보다 전력지표로는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다. FIFA가 평가전 성적을 랭킹 책정에 꼬박꼬박 반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6강쯤이야’는 한국의 집단 리플리증후군=한국 대표팀은 10일 가나와의 ‘사대영’ 참패를 포함해 올해 치른 6차례의 평가전에서 2승4패를 기록했다. 특히 직전 세 차례의 평가전은 1승 뒤 2연패로, 상승세나 반전 없이 하락세를 확인하면서 마무리됐다. 반면 같은 조의 탑독 벨기에는 최근 세 차례 평가전에서 3전 전승으로 명불허전의 위용을 과시했다. 벨기에와 조 1위를 다툴 러시아도 2승1무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였던 알제리도 3전승이었다. 이들 팀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나 거둔 실적이다.

내용을 좀더 뜯어보면 한국 대표팀의 문제는 더 확실히 드러난다. 연초 미국 전훈에서 멕시코에 0-4, 미국에 0-2로 참패하고 코스타리카에만 1-0으로 신승할 때부터 이미 전력이 들통났으나 애써 외면했다. 3월 강호 그리스전 때 2-0으로 업셋 승리를 거두면서 ‘마취주사‘를 맞았지만 마취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5월 28일 튀니지 전에서 0-1로 완패하고 마침내 가나 전 0-4 패배로 대미를 장식했다. 6차례 평가전에서 넣은 골은 단 3골, 반면 실점은 11점이나 된다. 빈약한 공격력에 허술한 수비력. 공수가 모두 기대 이하인 약체의 전형이었다.

그러고보면 그리스전 마취주사로 한국은 집단 리플리증후군에 빠졌던 듯 하다. FIFA 랭킹 12위에 완승했으니 16강, 나아가 원정 첫 8강도 실현 가능한 목표로 다가왔다. 대한축구협회는 튀니지와 경기를 갖기 전 8강을 목표로 설정했다. 자신이 세운 거짓말에 스스로 현혹돼 현실인 것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역대 월드컵 국대는 개인기는 떨어져도 스피드와 조직력에서는 후한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측면을 파고들어 상대 수비수가 밀집한 페널티 에이리어 근처로 뻥 차고 보는 ‘묻지마 크로스’를 구사하던 시절에도 악착같은 스피드로 미숙한 패스와 볼 트래핑을 보완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은 이마저도 실종됐다. 치고 들어가는 선수가 없으니 스루패스와 크로스도 안나오고, 모처럼 좋은 패스를 해도 선수가 공을 쫓지 못했다. 오버래핑은 언감생심이었다. 수비수들은 제자리도 못 지켰다. 속도본능의 실종은 상대 팀에서도 지적할 정도였다. 튀니지는 한국의 스피드에 주의하겠다고 한 뒤 경기 후 너무 느리다고 점잖게 조언했다. 가나도 경기 전엔 한국은 스피드가 강한 팀으로 알고 있다고 했었으나, 결과가 나온 뒤 외신들은 가나의 공격 때 한국 수비수들이 잠자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해외파 17명으로 구성됐으니 그럼 개인기라도 기대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손흥민 이청용 외에는 믿을 선수가 없었다고 축구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코스타리카전 골을 넣었던 김신욱은 가나 전 출장을 하지 않아 비판의 칼날을 피해갔다.

▶‘전가보도’ 투지 채우고 본선나서야 희망 생긴다=축구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골 결정력 상승과 세트피스 다지기, 수비 짜임새 확보 등 홍명보호의 과제가 올해 평가전을 6차례 거치면서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과제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확인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단기적으로 일부 보완할 수 있는 묘책이 있다해도 이삼일로는 턱도 없는게 현실이다. 이대로는 답이 없으니 선수 교체시 틀에 짜인 포지션별 맞교체를 하지 말고 일부러 밸런스를 깨는 파격적인 선수 운용을 해보라고 주문하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다.

국민들도 현실감을 되찾고 냉정해진 분위기다. 16강 진출에 도전이라도 해보기 위해선 실력의 부족분을 투지로 채우는 수 밖에 없다는 ‘서글프지만 도리 없는’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이 조차도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선수들이 모두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전훈지에서 “예전에는 정신력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부분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세월이 흘렀다. 지금 정신력으로 승부를 뒤집겠다는 등의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이 말이 ‘자가 무장해제’를 하겠다는 말처럼 들리는 상황인 게 문제다.

국내 축구 전문매체와 전문가들은 “약팀이 강팀을 이기려면 활동량과 정신력을 겸비해야 한다. 객관적 전력이 가장 처지는 홍명보호가 조별 리그를 헤쳐 나가려면 멘털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마무리 회복훈련을 한 홍명보호는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를 거쳐 전지훈련 캠프인 도스 두 이구아수로 향했다. 하루 뒤인 12일에는 플라멩구 스타디움에서 첫 공개 훈련에 나선다. 13일 개막하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18일 러시아를 상대로 첫 경기를 치른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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