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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공룡 ‘P3’ 설립 중단…국내 해운업계 영향은?
- P3 출범 따른 가격경쟁 우려 불식…일단 한숨 돌려
- “글로벌 1~3위 선사의 ‘낮은단계 협력’은 지속될 수도”
- 국내 해운업계 “일단 지켜보자”…상황 변화 따른 전략 수정 고민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세계 3대 해운사(머스크, MSC, CMA-CGM)의 결합으로 이른바 ‘해운 공룡’으로 불리던 동맹체 ‘P3네트워크’의 설립이 무산됐다. 중국이 걸림돌이었다. 중국 상무부가 18일 P3 결성을 불허하면서 머스크는 P3 설립을 중단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해운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P3가 출범하면 40%에 달하는 시장지배력을 무기로 비용 절감을 꾀하면서 서비스생산력을 높이면 다른 선사들은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일단 큰 위기는 피했지만 국내 해운업계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P3 설립 무산으로 세계 해운시장의 판도가 다시 한번 변화하면서 이에 맞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P3 설립이 해운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중국은 P3 결성으로 아시아-유럽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에서 집중도가 크게 증가하는 등 경쟁제한효과과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중국 정부 측은 “P3 업체가 제출한 자진시정 방안 만으로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없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판결이 나온 직 후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는 성명을 통해 “MSC, CMA-CGM과 함께 추진했던 해운동맹을 중단하기로했다”고 밝혔다.

P3 출범으로 이들 선사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을 염려했던 국내 해운업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세계 전체 해상운송 물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3개 선사가 결합하면 주력 노선에서 획기적인 원가 절감 효과가 예상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P3가 출범할 경우 선박공유, 통합구매 등으로 원가 절감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원가를 2~3%만 줄여도 곧바로 수익성과 연결될테니 다른 선사들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P3 설립 무산이 해운업계에 ‘봄바람’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불황이 지속되는 국내 해운업계가 더 깊은 늪에 빠질 수 있는 위기를 피한 것일 뿐 선사들이 처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동맹체 결성과 상관 없이 이들 선사의 지배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한국 국적선사를 비롯한 다른 선사들이 경쟁력을 넓히기는 녹록치 않다.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P3 설립이 중단된 것이 국내 해운업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물동량 증가가 기대되는 남북항로(유럽-아프리카, 유럽-호주 등)에서 머스크, MSC, CMA-CGM의 경쟁력은 압도적인데 반해 국내 국적선사가 포함돼있는 G6, CKYHE 소속 선사들의 영향은 미미하다. P3 결성이 무산된 것이 국내 업계에 당장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동맹체 출범은 무산됐지만 사실 이들 선사가 G6, CKYHE 등 다른 동맹체가 하고 있는 낮은단계의 협력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선복의 효율적 관리 측면에서 협력을 이어갈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이 개별적으로 비용 절감 경쟁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해운물류연구센터장은 “P3 결성이 무산됐다고 해서 원가 절감의 노력을 늦출 수 는 없다. 오히려 글로벌 선사 간 ‘치킨게임’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닐스 안데르센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불허 결정 직 후 “파트너들이 규제 당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놀라운 소식”이라면서도 “머스크는 P3 네트워크 결성 없이도 비용을 절감하고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3 출범이 가시화되며 구축된 동맹체 간 경쟁 패러다임이 변화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P3의 출범은 기존 ‘개별경쟁’ 에서 ‘공룡 대 공룡’ 경쟁으로 흐름을 바꾼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게 무산되면서 해운시장에는 또다른 판도변화가 있을 수 있다. 국내 선사들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이에 맞는 전략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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