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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문창진> 행복한 밥상이 있는 삶
가족 식사는 대화와 소통의 場
빨리빨리문화로 점차 사라져가
건강한 가족·사회 관계 위해선
슬로푸드문화 정착·생활화돼야




지난 5월 14일은 ‘식품안전의 날’이었다. 식품안전의 날은 식품안전에 대해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식품관련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을 촉구함으로써 식품안전사고예방과 국민보건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의 대한민국은 식품안전 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식품안전수준이 높아졌다고 국민건강수준이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식품안전은 국민건강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자면 탄산음료는 농약, 중금속, 미생물로부터는 안전한 식품일 수 있으나 영양 면에서 보면 건강한 식품은 아니다.

음식은 무엇보다 위생적으로 안전해야 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행복한 밥상’이란 번역서의 원저자인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건강하고 싶거든 식사를 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마이클 폴란에 따르면 식사는 단순히 몸에 에너지를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는 “공동식사는 인간의 독특한 행동양식이며 이를 통해 언어도 발전하고 문화도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가족식사는 가정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행사의 하나이다. 가족들이 같이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시간’과 ‘사회적 공간’이다. 한 식구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의사소통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장이다.

부족사회에서는 사냥한 음식을 같이 나눠 먹으면서 공동체 문화가 발달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가족의 끈을 이어줄 중요한 시간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왜 이렇게 가족식사시간이 사라져갈까. 무엇보다 ‘패스트 라이프’(fast life)의 영향 때문이다. 더 많이 더 빨리 일해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과, 여유롭게 생활하다 보면 경쟁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여유가 없다. 이들에게 식사는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행위에 불과하다. 바야흐로 물질적 풍요는 이루었지만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패스트 라이프에 편승해 등장한 식품이 ‘패스트푸드’(fast food)다. 패스트푸드는 이름 그대로 빠른 식사를 보장해준다. 햄버거와 청량음료는 식탁도 필요 없다. 책상에서, 차 속에서,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먹을 수 있다. 일하면서 먹을 수도 있고 혼자 먹기에도 편한 식품이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편리한 음식이 없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가난한 사람들과 청소년들이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고열량 저영양 식품인 패스트푸드는 건강을 훼손해 ‘패스트 데스’(fast death)를 가져올 수 있다. 가족식사 시간도 줄어들고 대화와 소통의 기회도 없어진다.

하버드대학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패스트푸드는 식사량을 늘리고 비만을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가르만 의학연구소의 연구결과에서도 아시아지역 당뇨환자의 증가현상이 패스트푸드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패스트푸드의 폐해가 크다보니 ‘슬로푸드’(slow foo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슬로푸드의 정신은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서 친교를 다지고 의사소통을 하고 자연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한 가족관계와 사회관계를 위해 이제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문창진 차의과대학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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