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政熱經熱’ 시대에 진입한 한ㆍ중 관계
1992년 한ㆍ중 수교 이후 양국 정상의 개인적 친밀도는 현재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김영상ㆍ김대중 전 대통령이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파트너로 맞았지만 지금의 박근혜­­­­­­-시진핑((習近平)과 같은 돈독한 관계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05년 각각 야당 대표와 저장성(浙江省) 당서기 자격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0년 가까이 우의를 다진 사이다. 나이와 전공, 취임시기, 그리고 2세 정치인이라는 점도 빼닮았다. 3일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이 “친척 집에 나들이 가는 것 같다”고 한 것은 의례적 수사로 들리지 않는다.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 보다 서울을 먼저 찾은 건 초유의 일이다. 양국 정상의 남다른 우의가 한ㆍ중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촉매 역할을 했다.

양국 정상은 청와대 회담 후 한반도 핵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원칙 천명, 한ㆍ중간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노력 등의 내용이 포함된 10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수교 22년동안 다져진 경제적 유대를 대외정책 등 다른 부문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경열정열(政熱經熱)’시대의 진입 선언으로 해석된다. 최대 관심사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양국은 북핵이 ‘심각한 위협’이라는 지난해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확고한 반대입장을 공유했다. 그러나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고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적 방안이 제시되길 원했던 것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 일본의 과거사 역주행과 우경화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제3국을 특정해 언급하는 것을 피하는 외교적 관례에 양국간 대일(對日)전략의 우선순위와 온도차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대신 부속서에 군 위안부 관련 자료 공유 등 협력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중국의 관심은 경제와 민간교류 확대부문에 집중된 인상이다. 한ㆍ중 FTA 협상을 연내에 타결하기로 하고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도 한국에 먼저 개설하기로 했다. 한ㆍ중 무역 규모는 1992년 수교 후 44배로 늘어났는데 이번 합의가 실현된다면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또 한 번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는 FTA 발효 후 10년 동안 국내 GDP가 2.28~3.04%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만큼 신속한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

G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한국 쪽으로 한 발 다가온 사이 일본은 납북 일본인 재조사를 조건으로 대북 제재를 풀면서 북한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가까워지는 한ㆍ중 관계를 보는 미국의 시선도 편하지 않다. 기존의 한ㆍ미ㆍ일 삼각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대북(對北) 지렛대인 중국과의 관계도 긴밀히 해야 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우리 앞에 과제로 놓였다. 실사구시적 균형외교의 역량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