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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샌드위치’ 와 ‘새우’ 의 고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재계에 남긴 발자국이 깊다. 중국이 정상외교에 무려 250여명의 경제계 거물과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말로 ‘관계(關係)’로 읽히는 ‘꽌시’는 중국의 오랜 관습이다. 중국 경제인들에게 정상외교로 맺은 우리 재계와의 꽌시는 꽤 남다를 법 하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없던 근대 이전에도 사신 교환이 경제적 꽌시 기능을 했으니, 그리 낯선 장면만도 아니다.

오히려 시 주석의 선물은 우리 재계에 심각한 딜레마를 던져줬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시선이 곱지 않다. 중국이 한국을 꾀어 자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외교가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복잡한 국제정세는 기업의 경영 판단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경제가 정치고, 정치가 경제인 시대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또 다른 경제블록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영향력이 큰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 격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양쪽 모두에 참여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주도 세력이 다른 경제블록을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쉬울 리 없다.

원-위안화 직거래의 의미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미 일본과 위안-엔 직거래를 하고 있지만, 한중 교역액은 중일 교역액을 곧 추월한다. 원화 환율의 안정성과 함께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도 상당히 높아진다. 미국 중심의 달러 체제는 상대적으로 약화된다는 뜻이다. 특히 양국간 외환 장벽이 낮아지면서 중국 자본의 우리 국공채, 주식 등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우리 경제주권에 대한 중국의 지분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선진국에는 밀리고 신흥국에는 추격받는 ‘샌드위치’ 신세에, 미국과 중국의 고래등 싸움 한가운데에 선 ‘새우’의 처지까지 겹친 꼴이다. 결국 기업들도 이제 스스로 국제 정세를 읽는 혜안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친하지 않은 사람은 친한 사람들의 사이를 떼어 놓지 못한다(疏不間親)’고 했다. 물건 잘 만들고, 돈 많이 많더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기업의 존립은 어렵다(民無信不立)’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소강(小康), 미국의 대강(大康)을 모두 만족시킬 묘수가 절실하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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