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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권대봉> 無信不立(무신불립):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수 없다
생명경시·집단불신 만연 ‘內憂’
美의 日집단자위권 지지 ‘外患’
국내 정치세력간 신뢰회복 절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정치철학이 떠오른다. 지난 주 한국을 국빈 방문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무신불립을 강조하였다. 한자 문화권인 일본의 아베(安培) 총리도 무신불립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무신불립은 논어의 안연(顔淵)편에 나와 있다. 백성의 ‘양식을 풍족(足食)’하게 만들고, ‘군대를 풍족(足兵)’하게 만들며, ‘백성들의 신뢰(民信)’를 얻는 것이 정사(政事)이지만, 족식(足食)과 족병(足兵)보다 백성의 신뢰(民信)가 우선이므로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民無信不立)’고 공자가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말했듯이 나라와 나라 사이도 상호 신뢰가 있어야 좋은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 나라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당과 야당 사이도 상호 신뢰가 있어야 좋은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 정당 내 파벌이 있다면, 파벌 간에도 신뢰를 보여주어야 국민들로부터 공당으로 인정받고 지지받을 수 있다.

2500여년 전 유효했던 무신불립의 정치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무신불립이 작동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메카니즘은 선거이다. 선거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더 많이 얻는 정당이 중앙행정과 지방행정 책무를 맡는 구조이다. 후보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정책경쟁을 하면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정책경쟁 없이 이전투구하면 민주주의가 퇴보한다.

오늘날 한국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봉착했다.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의 상실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심각한 내우(內憂)가 있다. OECD 34개 회원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이 10년 연속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위기이다. 2012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29명이 자살한 것이다. 자기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자살 원인을 규명하고 장단기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자기 신뢰를 회복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창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다른 내우(內憂)는 집단 간 불신으로 인한 갈등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지역 간 불신은 교류로 풀고, 세대 간 불신은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사회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학교 안 교육의 문화는 물론 학교 밖 교육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미디어는 문화를 바꾸거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미디어가 학교 밖에서 국민들의 정신생활에 교육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 미디어이다. 미디어야말로 집단 간의 첨예한 대립을 소통과 대화로 풀어나가는 신뢰문화를 창달할 수 있다.

지난 주 일본 아베(安倍)내각이 집단자위권 헌법 해석 변경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임을 선언하여 여러 나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혈맹인 미국이 일본의 조처를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한국은 외환(外患)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외환(外患)위기를 극복하려면 한국 국민이 단결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박대통령이 지난 3월28일 통일독일의 드레스덴 공과대학에서 선언했던 대북제안인 “인도적 문제의 우선 해결·민생 인프라의 구축·동질성 회복”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거국적으로 지원한다면 남북통일 환경이 조성될 수 있고 다자외교의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라 안의 정치 세력들 간의 신뢰회복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분담하고 있는 여야가 합심하여 무신불립의 신뢰문화 창달에 앞장서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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