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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속살 쑤시개’… 스포츠용어가 ‘19금’
[헤럴드경제=구본단 문화평론가]얼어붙은 땅 북한에도 골프장이 금강산, 평양 일대에 몇 곳있고, 특권 세력들과 해외 관광객은 골프를 친다. 평양 소재 평양골프장은 최근 미국 골프 전문매체인 골프닷컴에서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코스 10곳’ 중 1위에 꼽히기도 했다. 북한의 국방위원장 직함을 갖고 사망 전까지 철권통치를 해온 독재자 김정일은 이 곳에서 처음 골프 경기에 나서 34언더파38타의 기록을 냈으며 홀인원은 무려 11개였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북한은 최근까지 스포츠 용어를 북한 말로 순화해 사용해 왔다. 축구에서 코너킥을 ‘구석 차기’, 페널티킥을 ‘11미터 볼차기’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골프 용어도 영어로 된 것을 자기네 식인 ‘주체식 골프용어’로 바꿔서 썼다. 아이언 클럽은 ‘쇠막대기’다. 그럼 하나 알아맞춰 보시라. ‘속살 쑤시개’는 무엇일까. 
“경기보조원 동무, 속살쑤시개로 하는 게 좋겠지.” 북한에선 캐디에게 퍼터를 달라고 요구할 때 이런 말을 썼다.

속살 쑤시개…. 북한에서는 여성의 국부를 에둘러 ‘살 틈새’로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그에 착안해 보면 속살 쑤시개는 남성의 국부가 아닐까. 이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고추, 양물, 육침 등 다른 표현을 쓰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노골적이어도 이렇게 노골적인 표현도 있단 말인가.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뜻이 아니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골프 용어 중 하나다. 북한 총리의 사위라는 신분으로 탈북해 방송 출연과 강의를 하고 있는 강명도 경민대 교수는 12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북핫(北Hot) 뉴스’에 출연해 이 망칙한 단어의 의미를 알려줬다. 이것은 ‘퍼터(putter)’를 뜻하는 말이란다.

퍼터의 동사원형인 퍼트(putt)는 애초에 골프 영어다. ‘퍼팅하다’의 뜻이다. 골프 외에 다른 상황에서 쓰이는 사례가 없다. 어원이 따로 있단다. ‘putten’이란 네덜란드어의 동사가 있는데 이 뜻이 ‘구멍에 굴려서 넣는다’는 뜻이란 설이 있다. 또 하나의 설은 스코틀랜드에서 홀을 겨냥하는 클럽에 그냥 퍼터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북한은 무슨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퍼터를 속살 쑤시개로 불렀을까. 굳이 억측을 해 보자면 ‘홀→구멍→속살’로, ‘클럽→막대기→쑤시개’로 다단계의 연상 추론을 거쳐 만들어낸 것 같다. 이 용어는 북한에서도 19금 신체부위를 연상시킨다는 등의 논란으로 오래 쓰이지 못하고 금새 사장됐다. 강명도 교수는 TV에서 “요즘은 혼선 등을 막기 위해 북한도 축구나 골프나 다 영어를 그대로 쓰는 추세”라고 전했다. gyum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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