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김 대표는 14일 전당대회에서 주류 친박계가 전폭 지원한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김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이루는 최고위원도 친박계가 1명 적다. 아직은 집권 초반,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비 주류가 여당을 장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비주류 김무성 후보’를 당원들이 적극 지지한 것은 무기력증에 빠진 새누리당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으라는 강력한 주문으로 해석된다. 신임 김 대표에 거는 당 안팎의 기대는 그만큼 간절하고 크다.

김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꼬일대로 꼬인 대야(對野) 관계도 복원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청와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새누리당 정체성 찾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권은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다. 어설픈 재난사태 수습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무능함이 낱낱히 드러났고, 국무총리 인선에 두번이나 실패하는 인사 난맥으로 정권은 정치적 위기를 자초했다. 그런데도 여권내에서는 청와대에 바른 소리 한마디 못하고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했다. 명색이 정권을 만들어 낸 여당이면서도 무능하고 무기력하다 못해 존재감마저 찾을 수 없는 형국이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주류세력이 밀려난 것은 일방적인 당청 관계 형성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김 대표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많은 고민을 해 왔다. 그러기에 당 대표 출마선언과 선거운동 중에도 그는 ‘건강한 당청관계’, ‘할말 하는 집권 여당’을 줄곧 강조했던 것이다. 당선이 결정된 뒤에도 “당은 대통령의 밝은 눈과 큰 귀가 돼 국민 여론을 경청하고 충실히 전달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가 가장 힘줘 말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온 몸을 바치겠다”는 대목이다. 앞으로 청와대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함께 사는 길이라고 본 것이다.

김 대표의 지적대로 청와대와 여당은 건강한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정례회동이든, 수시회동이든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만나 국정과 민생에 대해 기탄없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를 국민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흔쾌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여당에도 힘이 실리고, 나아가 국가 대혁신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풀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