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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내유보금, 과세 보다 지자체 연계로 풀어라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3월말 현재 515조9000억원으로 5년 새 2배나 폭증했다고 한다. 삼성그룹이 182조4000억원으로 2배, 현대차그룹은 113조9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었단다.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정부가 눈독 안들일 리 없다. 급기야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가 배당ㆍ투자 부족이 과잉 유보금의 원인이라며 강력한 과세 의지를 내비쳤다.

사내유보금에서 현금은 대략 15~20% 정도다. 대부분은 공장부지와 영업ㆍ특허권, 재고자산 등이다. 10대그룹 현금 유보금도 78조~103조원 정도라는 얘기다. 대기업이 엄청난 돈을 숨겨놓은 것처럼 곡해해선 안될 일이다. 더욱이 유보금은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을 뺀 것인데 또 세금을 물리는 건 명백한 이중 과세다. 미국 일본 대만 등이 과세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할 일이 아니다. 10여년 전에 용도폐기된 규제를 되살려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기업에는 세금 외에 준조세도 있다. GDP 대비 3% 안팎이며 총세수 대비로는 15%를 웃돈다. 특히 2007년부터 법인세수 대비로도 94% 수준이다. 세금 만큼 준조세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가히 징세만능주의가 아닐 수 없다. 온갖 세금이 덕지덕지 붙는 나라에서 누가 기업하려 하겠는가.

부진한 투자도 나름 이유가 있다. 2013년 외부감사대상 기업들의 설비투자액은 12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줄었다. 대기업은 3.9% 감소에 그쳤으나 중소기업이 14.1%나 꺾였다. 10대 그룹은 3.2% 줄었다. 그나마 불투명한 사업전망 속에서도 덜 줄인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통계발표 당시에 수요 둔화, 경쟁 심화 등으로 투자가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인정했었다. 그래놓고 이제와선 “그래도 투자하라”고 딴소리다.

배당 문제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유보금 많은 대기업은 40% 이상 주주가 외국인인 만큼,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배당성향을 서서히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잠자는 사내유보금을 빼내 경기회복의 마중물로 삼으려는 정부 의지는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굳이 없어진 규제까지 되살려 시장경제와 규제완화에 역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최경환 경제팀에서 이런 발상이 나왔다는 게 놀랍다.

불가피하다면 과세보다는 인센티브 유도가 실효적이다. 차라리 기업 유보금을 지자체 쪽으로 돌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고 다목적적이다. 새로 선출된 지자체장들에게 기업을 찾아가 사내유보금 유치경쟁을 펼치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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