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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강성원> 기업의 결산시한, 합리적 조정 시급하다
국내기업 결산시기 12월에 몰려
결산 데드라인 쏠림에 업무 과중
선진국은 연중 골고루 분산 대조
합리적인 감사환경 마련해야



시한은 영어로 데드라인(deadline)이다. 원래 데드라인이라는 용어는 미국 남북전쟁 때 포로수용소에서 유래됐다. 당시 수용소에서는 포로들이 담을 넘거나 굴을 파서 탈옥하지 못하도록 담으로부터 6미터 거리에 데드라인을 그었다. 감시병들은 그 선을 넘는 포로를 사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삶과 죽음을 나눴던 데드라인은 현재 시간적인 제한을 뜻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된다.

회사의 결산신고에서도 데드라인은 중요하다. 일반 회사는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해 정기 주주총회 6주 전까지 감사인에게 제출해야 한다. 상장법인과 대규모 법인의 경우 이러한 재무제표를 증권선물위원회에도 제출해야 한다.

감사인은 회사로부터 제출받은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감사를 실시한다. 일반 회사에 대해서는 정기주총일 1주일 전에, 증권선물위원회 및 공인회계사회에 대해서는 정기총회 종료 후 2주일 이내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모든 회사들은 사업연도 종료일 후 3개월 이내에 정기주총에서 결산을 확정짓고 법인세법에 따라 법인세 과세표준과 세액의 신고를 마쳐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결산시기가 12월에 대거 몰려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약 2만2000개에 달하는 외부감사 대상 회사는 1월 이내에 결산을 완료해야 하고, 감사인은 2월초에서 3월 중순까지 6주 동안 개별ㆍ연결 회계감사를 모두 끝마쳐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결산기가 3ㆍ6ㆍ9ㆍ12월로 연중 골고루 분산돼 감사 시즌에 인력을 충분히 투입하고 철저한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3월말까지 촉박한 데드라인에 맞춰 모든 공인회계사들이 밤낮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회계 전문가로서 의구심을 발휘하고 예리하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감사인의 모습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다.

결산기의 분산 필요성은 1980년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제기돼 왔다. 그래서 정부는 외감법에 결산기 조정 권고권을 신설하고, 감사인에 대해서는 감사보수 할인과 같은 당근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12월 결산법인이 세법 개정효과를 가장 먼저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통계치가 역년(曆年), 즉 책력에서 정한 일년 기준으로 이뤄지는 등 여러 가지로 유리했다.

오히려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이 전면 도입되면서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가 됐고, 증권사ㆍ보험사 등 금융사들도 최근 결산기를 12월로 변경함에 따라 2~3월 회계감사 업무의 집중도는 이전보다 가중됐다.

결산기의 분산이 어렵다면 가능한 대안은 결국 결산 신고 데드라인을 좀 더 연장하는 방법 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일반 상장사는 공시의 적시성 때문에 데드라인을 늦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 가능성이 높다.

비상장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비상장사는 자본시장보다는 채권자ㆍ과세관청에 정확한 재산 상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므로 공시의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우리나라도 비상장법인에 한해서는 재무제표 제출과 법인세 신고 데드라인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인은 전문직업인이다. 감사인 스스로가 먼저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정부 역시 감사인이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책임을 원활히 이행하도록 합리적인 감사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법과 관행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인회계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 결산 신고 데드라인의 쏠림에 따른 과중한 업무로 인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사선(死線)을 헤매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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