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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상향 평준화 역행하는 자사고 폐지 강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사실상 자율형 사립고 폐지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지역 25개교로 구성된 자사고교장연합회가 21일 “재지정 취소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을 포함해 13명의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공동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터여서 이번 혼란은 예견돼 왔다. 교육청은 전국 49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5년마다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서울에선 25개교 가운데 14곳이 평가 대상이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 14일 자사고 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반고로 자발적으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5년 동안 최대 14억원의 특성화 교육과정 운영예산을 지원하고, 기존 재학생에게는 졸업 때 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보장하겠다”며 유인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사고 연간 예산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에 2억~3억원의 ‘당근’이 먹힐 리 만무하다. 국가정책에 따라 자사고를 운영하면서 지난 5년간 많은 예산과 시설을 투자한 학교당국과 학부모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문제의 본질이 예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실험으로 평준화 시스템 아래서의 획일적 교육의 한계를 극복해보자는 시도로 도입됐다. 등록금을 일반고의 2.5~3배로 책정하는 대신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교과 과정을 자율로 편성할 수 있다. 사회 시간에 모의재판을, 미술 시간엔 컴퓨터 그래픽도 가르친다. 물론 자사고 가운데는 국ㆍ영ㆍ수 중심의 입시교육에 치중해 당초 취지를 무색케하는 곳도 있고 일반고 3배 수준의 납입금을 낼 수 있는 소득계층에게만 열려있는 ‘귀족학교’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자사고들이 특성있는 교육방법을 정착시키기까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줄 필요가 있다. 새 교육감에 따라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혼란은 겪을만큼 겪지 않았는가.

전국 고교 가운데 자사고는 약 3%에 불과하다. 전체의 65%가 넘는 일반고의 황폐화를 단순히 자사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안이한 접근이다. 자사고는 일반 사립고가 교육부로부터 연간 20억~25억원씩 받는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다. 여기서 절약되는 예산을 오히려 일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반고는 일반고 대로, 자사고는 자사고 대로 특유의 색채를 지니고 조화롭게 발전해야 한다. 하향이 아닌 상향 평준화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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