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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문호진> 홍명보號와 최경환팀
홍명보 감독이 ‘독이 든 성배’ 라는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수락한 것은 대회가 열리기 1년 전 이었다. 골든타임 1년을 받아든 홍 감독은 ‘성공의 추억’에 기댔다. 2009년 이집트 20세이하 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을 때 적용했던 공식을 따랐다.이들 대회에서 뛰었던 ‘홍명보의 아이들’(박주영 구자철 김보경 홍정호 김영권 등)을 중용했고 수비를 두텁게 하는 4-2-3-1 포메이션을 맹신했다. 결과는 아다시피 참담했다.1무2패. 목표했던 16강은 커녕 16년만의 무승 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23세 이하 올림픽 무대와 난다 긴다하는 프로들이 등장하는 월드컵은 클래스가 달랐다. 그러나 홍 감독에게는 플랜B가 없었다. ‘하던 대로’ 하다보니 상대방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 이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은 그렇게 홍 감독에게도, 우리 국민에게도 가장 잔인한 월드컵이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의 수장으로 지난 16일 취임했다. 그에게는 홍 감독 처럼 성공의 추억이 많다. 박 대통령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3선 국회의원 경력의 여당 원내대표, 이명박정부의 지식경제부 장관, 경제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치며 행정 경험과 정치적 네트워크, 언론소통 능력을 두루 갖췄다. 꺼져가는 한국경제의 불씨를 살려내도록 그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은 1년반 정도다. 우선 2016년4월 국회의원 선거, 2017년 12월 대선 등 정치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도 2016년에 3703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엔 감소세에 돌입해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 부총리에게는 홍명보의 아이들 처럼 ‘원팀’(One Team)을 구현할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내각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위스콘신대), 서승환 국토교통부(연세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연세대) 등과 학연으로 이어져 있다. 청와대에는 위스콘신대에서 동문수학한 안종범 경제수석이 든든한 우군이다.

최 부총리는 다행히 세계 축구의 변화에 둔감한 채 ‘우물안 전략’을 폈던 홍 감독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 처럼 경제살리기에 유용하다면 우파정책 이든 좌파정책 이든 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마치 독일 축구가 특유의 전방압박에 스페인의 티키타카(짧고 빠른 패스플레이)와 네덜란드의 번개역습을 융합해 대망의 월드컵 우승을 달성한 것을 연상케한다. 최경환팀이 24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는 이같은 의지가 잘 드러난다. 임금인상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유도하는 소득주도의 성장, 적자재정을 기꺼이 감수하는 내수부양책 등 좌파형 분배정책을 과감히 도입했다. 일본 아베 총리의 ‘세개의 화살’(재정팽창ㆍ양적완화ㆍ구조개혁)과 같은 경쟁자의 정책을 차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지도에 없는 길도 가겠다”는 결의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의 성찬’으로 끝나선 안된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이영표 KBS해설위원의 명언 처럼 최 부총리도 앞으로 1년반의 골든타임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도 웃고 국민도 웃는 해피엔딩을 기대해 본다.

문호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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