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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통령부터 당당히 떠나야 휴가문화 바뀐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택 휴가’ 뒷 말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부터 일주일간 여름 휴가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남 거제 저도에서 휴식을 취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청와대 관저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말이 휴가일 뿐, 일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긴 세월호 참사의 파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데다 2기 내각은 출범이 늦어지고, 재보궐선거까지 맞물려 휴가지를 찾을 마음의 여유도 없을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도 29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휴가를 떠나기에는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시간 동안 남아있는 많은 일들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라며 자신의 심경을 올렸다. 훌쩍 떠나지 못하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휴가는 단순히 쉬는 게 아니라 재충전을 통해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생산적이고 소중한 시간이다. 더욱이 국가지도자는 이런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국가 운영의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 대통령의 휴가는 본인은 물론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어정쩡한 휴가를 보내는 바람에 그 일정에 맞춰 휴가를 잡은 비서진도 ‘휴가 아닌 휴가’ 상태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선으로 주요 사안을 챙기며 ‘원격 업무’를 보고 있으며, 일부 수석비서관들은 회의에 참석하는 등 아예 휴가를 단념한 모습이다. 대통령이 관저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게 뻔한데 비서진이 배짱 좋게 휴가를 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비서진의 휴식없는 ‘출근 휴가’는 그들이 모시는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쉬어야 참모도 쉴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무슨 휴가?’라는 생각은 겸손도 미덕도 아니다.

정치권도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자급 인사들의 휴가에 대해선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하거나 뒷다리를 잡아선 안된다. 그런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박 대통령의 휴가를 세월호와 연계해 비난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오히려 국정운영에 지친 대통령에게 재충전을 권하는 게 상식이고 도리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전반의 휴가 문화는 너무 인색하다. 특정 기간에 집중된데다 기간도 짧다. 더 당당하고 여유있게 휴가를 즐기는 사회분위기 정착이 절실하다. 국민 한사람이 휴가를 하루 더 가면 1조4000억원의 돈이 풀린다고 한다. 내수 진작과 경기회복을 위해서도 제대로 된 휴가는 필수다. 대통령부터 당당히 떠나야 팍팍한 휴가문화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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