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바이러스 공포가 전지구를 뒤덮고 있다. 서아프리카 에볼라, 미국 치쿤구니야, 중동 메르스, 동남아시아 뎅기열까지 확산일로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위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면서 “세계 최악 전염병을 다룰 중차대한 전략이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 NBC방송은 30일(현지시간) “에볼라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각 지역 보건당국이 주의해야 할 전염병이 10개 이른다”고 경고했다.
세계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현황(2014년 7월 현재) [자료=세계보건기구(WHO)] |
▶에볼라 공포에 평화봉사단 속속 철수=서아프리카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으로 미국 평화봉사단이 발생지역 전격 철수를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에서 활동중이던 미국 평화봉사단 340명이 한시적으로 철수한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지금까지 1명의 미국인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고, 평화봉사단 2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중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129명이 사망한 라이베리아 정부는 급기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정부는 모든 학교와 시장에 무기한 폐쇄 명령을 내렸다.
엘런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오는 8월 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모든 공공시설에 전염 확산 방지를 위한 소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비필수(non-essential) 공무원들에게 한달간 의무휴가를 보냈다.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이 라이베리아에 200만유로 추가지원을 약속하면서 나왔다. 앞서 라이베리아는 27일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검문소 3곳을 제외한 모든 국경을 폐쇄하기도 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심됐던 홍콩 여성과 영국 남성은 ‘음성’인 것으로 판명났다. 홍콩 여성은 지난 28일 케냐를 방문후 귀국해 발열과 현기증, 구토 등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초기 증상과 유사한 증세를 나타내 격리됐다. 이 여성환자는 에볼라 감염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홍콩 식품환경위생국 고윙만 (高永文) 국장은 “홍콩은 에볼라에 대한 삼엄한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도 나이지리아에서 귀국한 버밍험 출신 남성이 에볼라 의심환자로 격리되자 에볼라를 ‘새롭게 출현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비상회의를 열었다.
에볼라 공포는 하늘길도 막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항공편을 통해 다른 국가로 쉽게 퍼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민간 항공사는 속속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 22일 라이베리아 감염자를 나이지리아로 태워 보내 나이지리아에 에볼라를 확산시킨 토고 ASKY 항공사는 이미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행 항공편을 중단했다. 나이지리아 최대 항공사인 아리크 에어도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레이먼드 벤저민 사무총장은 “에볼라가 항공운항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의해 (확산 방지)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3일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는 총 1201명, 사망자는 6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기니에서 처음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50~90%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백신도 치료방법도 없는 상태다.
(시계방향으로)에볼라 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뎅기 바이러스, 한타 바이러스. [사진=위키피디아] |
▶美치쿤구니야 올해만 600명 감염=에볼라 공포가 서아프리카 전역을 뒤덮고 있다면 미국은 치쿤구니야, 중동 메르스, 중국 조류독감 등 세계 보건당국은 각종 바이러스와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볼라에 이어 치쿤구니야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망률은 낮지만 열, 관절통증, 두통, 발진 및 몸이 붓는 증상이 1~2주간 발생해 매우 고통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 간 전염은 되지 않고 모기에 의해 전파된다. 이 바이러스 역시 치료약이 없다. CDC는 올해 미국 내 치쿤구니야로 인한 감염자 수가 6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NBC방송은 미주보건기구(PAHO)의 자료를 인용, 카리브해ㆍ중미 일대 발병사례가 90만 건이 보고됐고 지금까지 치쿤구니야로 인한 사망자가 25명이라고 보도했다.
중동 전역은 ‘메르스’로 신음하고 있다.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해 775명이 숨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사촌격’으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돼 올 봄까지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등으로 확산됐다.
WHO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 노력을 강조하며 이슬람 성지순례 시기를 맞아 주의 경고를 내렸다. NBC방송이 WHO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837명이 감염됐고 29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올봄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위협 속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전체 15개국 665명이 감염돼 이들 중 392명이 사망했다. 세계 최대 피해국인 중국에서 맹위를 떨친 것은 H7N9형 바이러스였다. 중국에선 450명이 감염됐고 16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H7N9는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해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고 NBC는 분석했다.
동남아 각지는 뎅기열을 앓고 있다. 뎅기열은 전염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대성 질환이다. 심각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전체 20%이지만 나머지는 내출혈과 고열이 발생하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는 등의 징후를 보인다.
이밖에 백신으로 쉽게 예방할 수 있지만 빈곤국가에서는 아직도 위협적인 홍역과 발병원인을 찾거나 예방이 힘든 약물내성결핵(Drug-resistant tuberculosis), 신놈브레바이러스라고도 불리는 한타바이러스, 중세시대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페스트, 기타 바이러스성 출혈열 등도 세계인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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