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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제로성장 후유증…伊인력 유출ㆍ英이주노동자 갈등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유럽 경제가 1%도 안 되는 ‘제로(0)’ 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장기실업에 허덕이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점차 고국을 등지고 부유한 주변국으로 떠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력 유출국은 노동력 감소를, 유입국은 이민자 증가로 인한 자국민 피해를 우려하는 등 유럽사회 공통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伊 인력누수, 성장동력 위협=최근 이탈리아에선 14년 간의 경제 침체를 견디다 못해 해외로 이주하는 젊은층이 크게 늘어났다고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해외로 빠져나간 이탈리아 청년 노동자는 9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한해에만 영국 취업을 위해 국민보험번호를 받은 이탈리아인이 1년 사이 66% 증가한 4만4000명에 달했다. 이탈리아의 청년 노동력 국외유출은 최근 급격하게 심화한 셈이다.

이탈리아 저명 인구학자 마시모 리비 바치는 “일자리를 찾아 독일 등 타국으로 이주하는 젊은 이탈리아인들이 영국 이주율과 비슷한 속도로 늘고 있다”면서 “정부의 공식 통계수치는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탈리아인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은 오랜 경기침체 때문이다.

<사진>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 [자료=EU 통계청ㆍ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탈리아 경제는 지난 11분기 중 10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지난해 4분기에야 0.1%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0.2% 확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이탈리아 중앙은행(BOI)은 전망하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고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5월 현재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12.6%로, 역대 최고치인 12.7%에 근접했다. 같은 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평균 11.6%, 독일 6.7%와 견주면 유럽 최악 수준이다.

특히 15~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43%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상황이다.

인구 6200만명의 이탈리아에서 이 같은 젊은 노동인구 감소는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큰 문제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국영연구소 Svimez는 최근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해외이주 행렬이 계속되면 산업ㆍ인력의 ‘사막화’ 위험이 커질 것”이라면서 “향후 5년 간 절대빈곤 가정은 2배 이상 늘어나 100만가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英 “이민자에 일자리 뺏겨”=영국 등 일부 유럽국가들에선 이민자의 취업률이 자국민을 앞지르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0일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64세 영국인의 취업률은 75.4%로, 영국 내 EU 시민권자의 취업률 79.2%에 추월당했다.

영국인의 취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침체가 시작된 2008년에 기록한 75.7%보다도 되려 0.3%포인트 뒷걸음친 것이다.

반면 EU출신 이민자 취업률은 2008년 79%에서 0.2%포인트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다.

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면서 “영국 외 다른 EU 8개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 정부 자문기구인 이민자문위원회(MAC)에 따르면 1997~2013년 사이 영국인 저숙련노동자 수는 110만명 감소했다. 그만큼 값싼 이주 노동자들이 유입돼 영국인 노동자를 대체했다는 의미다.

극우성향 영국독립당(UKIP)의 스티븐 울프 이민정책 대변인은 “영국인보다 유럽이민자를 앞세우는 이민정책으로 이같은 불평등이 나타났다”면서 “영국은 자국민 노동자를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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