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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병영문화 개선한다면서 달라진 게 없다
군 당국이 병영문화 개선을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병사 내무반에서는 상습적 구타와 가혹행위가 여전히 난무하는 모양이다. 지난 4월 경기도 연천지역 한 군부대에 근무하는 윤 모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아 숨지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자식을 잃은 피해 병사 부모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지만 지켜보는 국민들도 한없는 비탄과 자괴감이 밀려든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욱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니 도무지 용납이 되지 않는다. 군 당국은 해당 부대장 등 지휘라인을 징계했다고 하나 그런 정도로는 고질적인 병영의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각 군 최고 지휘관은 자리를 건다는 각오로 납득할만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군 수사 당국이 밝힌 윤 일병 사건은 충격 이상이다. 전입온 지 얼마 안된 윤 일병의 군기를 잡는다며 선임병들은 온갖 가혹행위를 자행했다. 새벽녘까지 기마자세로 서 있게 해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치약 한통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네 발로 기며 바닥의 가래침을 핧아먹도록 했다니 더 이상 할말을 없다. 당하는 병사는 인간적 모멸감에 치를 떨며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뒷골목 잡배들 집단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환경에 생떼같은 자식을 맡길 부모는 아무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군의 기강과 신뢰는 바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지난달 일어난 전방부대 총기 난사 사건은 발생부터 수습까지 전 과정이 오합지졸이었다. 그 며칠 뒤에는 같은 사단에서 관심병사가 자살을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부대 인근 민간병원에서 밤을 새는 ‘고액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정작 보살펴야 할 병사들 진료는 소홀히 하는 얼빠진 군의관이 적발되기도 했다. 군이 이렇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데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는가. 군 당국의 책임이 무겁다.

유사시 적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군대는 항상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전투력은 얼차려와 군기잡기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부대원 개개인이 존중받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다는 애국심과 사명감이 충만할 때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다. 기수문화와 구타 등 병영문화 악습을 근절하는 게 그 출발이다. 일선 병사와 군 당국은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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