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1일 “러시아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블로그법’ 시행에 들어갔다”며 “현지 블로거들은 새로운 법안이 러시아 정부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명 ‘블로그법’으로 알려진 새로운 미디어법은 ▷하루 방문객 3000명 이상 블로그 신고 ▷블로그 내 실명공개 및 정보 정확성 입증 ▷정보 작성 연령제한 ▷필요시 당국 등록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이 법을 어길 결우 최고 5만루블(약 145만원) 벌금과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법안이 거짓 정보 유포와 악성 게시물을 금지함으로써 인기 블로거들을 일반 언론매체과 같은 기준으로 다루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기업가이자 유명 블로거인 안톤 노식은 “블로그법은 ‘빅브라더’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블로그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푸틴 정권 비판론자들을 위협하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러시아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6100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못미친다. 그러나 인터넷 블로그는 푸틴 정부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표현의 자유’ 성역이었다. 전국 TV와 신문 등 일반 언론매체가 푸틴 정부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면서 이들 소셜 미디어가 러시아내 비판적 목소리를 담아내는 중심 플랫폼 역할을 해온 셈이다.
러시아 블로거들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블로그법을 규탄하면서 법 집행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 블로거는 “미디어 감시단체가 어떻게 그 많은 사이트 이용자들을 다 감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공식적인 이용자 수를 게재하지 않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라이브저널은 지난 4월 블로그법이 상원을 통과한 이후, 블로거 팔로워가 2500명 이상이면 정확한 숫자를 공지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온라인 언론탄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극단적 행동주의와 집회참여를 촉구하는 웹사이트 폐쇄시켰다. 올들어서는 반정부 뉴스를 전달하는 포털 3곳을 봉쇄했고, 고위 관료의 사치스러운 부동산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반부패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라이브저널 블로그도 접근을 차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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