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제 제품을 국산이나 다른 국가가 제조한 수입품으로 대체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매운동 목록에 올라온 대상은 러시아 석유기업 ‘루코일’의 휘발유, ‘로트프론트’(RotFront)의 사탕, 러시아 유니레버가 제조한 화장품 브랜드 ‘크리스타야 리나’ 등이다.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 생활용품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의 기저귀를 쓰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위치한 수송전략센터(CTS) 대표 세르히 보브크(36)는 “이제 유일하게 사서 쓰는 러시아제 상품은 휘발유”라면서 “가능한 한 러시아 주유소는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신 폴란드 정유기업 ‘PKN 올렌’의 주유소를 볼 때마다 주유하며 러시아제 불매에 대한 소신을 지켜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매니저인 옥사나 미슈라(34)도 러시아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3살짜리 아들도 러시아산 제품이면 사주지 않는다는 걸 알 정도”라는 그는 신발을 제외하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서 러시아제를 과감히 포기했다. “러시아산 신발이 더 편안해 대체품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곧 방도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러시아제 불매운동 돌풍이 거세지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국산 제품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고급 의류 쇼핑매장에서 국산의 인기가 뜨겁다.
우크라이나인 사이에 불매운동 대상으로 떠오른 러시아 로트프론트 사탕 제품 [자료=이베이] |
키예프에서 어머니가 디자인한 가죽제품을 판매하는 알리나 코차로프스카의 가게는 요즘 손님이 부쩍 늘었다. 그는 “국산 제품을 사는 게 요즘 최신 유행”이라면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3월 이후 가죽 가방과 구두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인기의 비결에 대해선 “프라다 가방을 들고 명품 의류를 입은 손님들이 찾아와 우리의(국산) 구두를 사려 한다”며 “사람들이 국산 제품을 지지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시민들 사이에 조금씩 불고 있는 러시아제 불매 열풍은 러시아 의존이 높은 우크라이나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직까지 러시아제 상품에 대해 공식적 수입 제한에 나서진 않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확대되면 파급력도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수입국으로, 매년 230억달러 규모의 재화ㆍ서비스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또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수출액은 교역대상국 중 7번째로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불매운동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불매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주체가 없는데다 불매의 타깃도 불분명해서다. 이래서는 러시아 기업에 충격을 주기는커녕 되려 우크라이나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라이파이젠 은행 산하 우크라이나 연구소의 드미트리 솔로구브 대표는 “휘발유와 천연가스 등의 품목을 포함한 전면적 불매운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 차원의 수입 제한이 도입되지 않으면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계속될 경우 무력충돌이 집중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산업중심지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 경제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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