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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꺾인 서울 소형 아파트 전세 상승세…일시적 하락?
[헤럴드경제=박일한 박준규기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촌주공5단지’ 38㎡(이하 전용면적) 전세는 지난달 1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올 1월에만 해도 1억6000만원까지 거래된 물건인데 6개월 사이 3000만원이나 빠졌다. 인근 등촌주공3단지 38㎡ 전세도 올 초 1억4000만~1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부터 2000만~3000만원 떨어진 1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로두산위브’ 37㎡ 전세(6층)는 지난달 24일 1억800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아파트 5층이 올 초 2억원에도 거래돼 하락세가 뚜렷하다. 인근 ‘구로주공2차’ 32㎡ 전세도 올 2월 1억원에 거래되다 최근 8000만원대로 2000만원이나 내렸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울 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소형(40㎡ 미만) 전셋값은 0.20% 떨어졌다. 지난 2012년 7월(-0.04%)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이다 올해 6월 0.16% 떨어지고 두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소형(40~62,8㎡) 전세도 시세는 오르지만 상승폭은 모든 주택형 중 가장 작다. 이 크기 전세는 지난달 0.10% 올라 136㎡이상 대형 전세 오름폭(0.30%)의 3분의1에 불과하다. 특히 강남지역 중소형 전세는 6월(-0.17%)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7월엔 보합세(0%)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이어지던 상승세가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대형을 포함한 전체 아파트 전셋값이 비수기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비해 실수요가 탄탄한 소형 아파트 전세가 나홀로 떨어지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소형주택 의무비율 등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소형 아파트 공급이 늘어난 게 중요한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6월 서울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2만2795가구로 이중 36%인 8110가구가 60㎡이하 소형이다. 또 같은 기간 소형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평가받는 40㎡이하 오피스텔 공급물량은 4807실이나 된다.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소형 아파트 수요층 자체도 최근 많이 줄었다”며 “그동안 공급이 많아진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등 다른 새로운 대체 상품과 겹쳐지면서 소형 주택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소형 아파트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재건축 재개발 대상 아파트 전세가 인기를 잃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은 지 오래돼 낡은데다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 안정적인 거주가 불안해 해당 아파트의 전세는 인기가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56㎡ 전세는 지난해 12월 1억5000만원에 계약됐으나 지난달엔 같은층 기준 2000만원 내린 1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리모델링 대상인 대치동 대청아파트 39㎡도 올 초 2억3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2억2500만원으로 빠졌다.

전문가들은 소형 아파트가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 임계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매매가격은 정체됐는데 전셋값만 많이 뛰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는 곳이 수두룩해 더 이상 전세가 오르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송파구 거여동 거여1단지 39㎡ 전세는 1억4750만~1억675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는데 매매는 2억750만~2억4000만원이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3000만~4000만원만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

한문도 클리코컨설팅 대표는 “소형 전셋값이 더 오르기 어려운 임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본다”며 “매매가격이 정체된 상태에서 전셋값만 무작정 올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소형 주택 수요자인 월수입 200만~300만원 소득 계층의 부채 속도가 최근 가장 많이 늘어났다”며 “전세자금 대출을 더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앞으로도 소형 전셋값이 다시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소형 주택 대상인 1~2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오피스텔 등 다른 저렴하고 편리한 주거 수단이 많기 때문에 소형 아파트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소형 아파트는 재개발 재건축 대상 등 오래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기가 높아지긴 어려워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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