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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디 없이도 괜찮을까?” 요즘 뜨는 노캐디 셀프라운드 체험해보니…
[헤럴드 경제=조범자 기자]“과연 캐디 없이도 골프를 칠 수 있을까?”

최근 뜨고 있는 ‘노캐디 셀프라운드’ 체험은 이런 단순무식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귀족스포츠’의 오명을 안고 있는 골프가 대중에 성큼 다가서기 위해선, 또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선 노캐디와 캐디선택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47개 골프장에서 노캐디·캐디선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주머니 부담이 덜해진다 하더라도 일단 내 몸에 맞는지가 중요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후기를 읽어봤다. “뚜벅이 골프 재미있다” “캐디가 없으니 친구들끼리 나들이 온 기분이었다” 등 대부분 만족스러운 평가였다. 그래서 ‘캐디 의존증’ 초보골퍼가 겁없이 도전했다. 드라이버샷 방향 보는 것부터 그린에서 공 놓는 것까지 늘 캐디에게 기대왔던 터라 노캐디 라운드, 살짝 두렵기까지 했다.

첫번째 체험 장소는 18홀 정규 골프장으로는 최초로 셀프 라운드를 도입한 전북 군산CC였다. 국내 최대규모(81홀)의 군산CC는 지난해 12월 시험삼아 시행한 셀프라운드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지금은 27홀 전용 코스에서 퍼블릭 이용객의 40% 가량이 노캐디 라운드를 한다.

군산CC 노캐디 셀프라운드

우선 페어웨이 진입이 가능한 1인용 전동카트(대여료 1만원·수동은 5000원)를 빌렸다. 직원이 스코어카드와 생수, 수건 등을 카트에 넣어주며 조작법을 일러줬다. 버튼을 누르거나 좌우로 돌리는 간단한 방법으로 카트 작동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오후 1시24분 티오프. 처음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드라이버샷을 날린 뒤 공의 낙하지점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부터가 패착이었다. 늘 캐디가 확인해줬던 습관이 몸에 뱄던 탓이다.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에 들어가다 조작이 서툴러 카트를 쓰러뜨리기도 했다. 거리목 보고 클럽을 선택하고 샷을 하고, 다시 카트를 몰고 다음 샷 지점으로 가고, 그린에선 스스로 볼을 닦고 라이 보고 볼을 놓고. 마지막 스코어카드까지 적고 홀아웃하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야말로 땀 닦을 새도 없었다. 하지만 2번홀까지 마치자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볼에 대한 집중력이 생겼고 그린 라이도 꼼꼼하게 살펴보게 됐다. 꽤 긴 거리의 퍼트를 캐디 도움 없이 2퍼트로 ‘땡그랑’ 하니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드라이버샷 한 뒤 습관처럼 카트타고 이동하던 거리도 물론 다 걸어가야 한다. 초반엔 힘에 부쳤지만 이내 적응이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의지와 생각대로 플레이를 하니 마치 프로골퍼가 된 기분이었다. 나인홀을 도는 데 걸린 시간은 딱 2시간. 뒷 팀에서 친구와 2인 플레이를 한 변용민(50) 씨는 “싸서 좋고, 운동돼서 좋다. 일부러 조용한 곳 찾아가 걷기도 하지 않나. 다음에도 셀프 플레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주중이라 그린피 5만9000원(주말 9만9000원)에 카트 대여비 1만원 등 총 6만9000원이 들었다.

스마트캐디

이번엔 ‘스마트캐디’라는 단말기(사용료 7000원)를 이용하는 경기도 파주 스마트KU 파빌리온으로 갔다. 팀당 캐디피가 12만원인데, 노캐디 플레이를 하면 1인당 2만3000원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선 5인승 전동카트를 빌렸다. 티박스에서 스마트캐디를 켜니 “1번홀은 304미터 파4홀입니다. 공략은 그린 왼쪽 벙커, 우측 끝 방향입니다”라는 음성이 들린다. 단말기 화면에도 똑같은 내용이 문자로 뜨고 필드 공략 이미지도 나타난다. 세컨드샷 지점에 가서 다시 켜니 핀까지 남은 거리가 상세하게 안내됐다. 핀 위치가 바뀌어도 통합관제 시스템에따라 변경된 거리를 알려준다. 그린에선 등고선이 나타나 라이를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앞팀과의 거리를 알려주기 때문에 안전사고 염려도 없다. 두 차례 노캐디 라운드에 벌써 적응됐는지, 캐디가 없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군산에서와 마찬가지로 18홀 라운드에 걸린 시간은 4시간10분 남짓. 다른 골프장들이 염려하는 경기 진행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캐디피 아낀 돈으로 동반자들과 시원한 생맥주를 곁들인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서종현 군산CC 상무는 “갈수록 고비용이 되는 골프를 대중화시키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작년 8월부터 셀프 라운드를 구상했다”면서 “부부나 친구끼리 조용히 치고 싶은 분들, 코스를 잘 알고 있는 회원들이 노캐디를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이무섭 스마트캐디 대표는 “현재 스마트KU골프장을 비롯해 남성대체력단련장, 탑블리스, 고창CC에서 스마트캐디를 이용할 수 있는데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단말기만 갖고 있으면 노캐디의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노캐디·캐디선택제가 도입되면 골퍼들은 이용료 부담이 줄어들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골프장은 캐디관련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점에서 노캐디·캐디선택제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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