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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명량 신드롬’ 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가히 신드롬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이 10일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12일만으로 ‘괴물’이 세운 종전기록을 열흘 앞당긴 역대 최단 기록이다. 개봉 당일 68만, 하루 관객 100만명을 동원하는 등 그간 갈아치운 신기록만 10개가 넘는다. 이제 남은 것은 ‘아바타’(1330만명)의 최다 관객이다. 명량은 젊은층이 주도하는 기존의 흥행 공식과는 달리 부모가 아이를 데려와 함께보는 ‘에듀테인먼트’ 영화여서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 1500만명 관객도 거뜬하다는 게 영화계의 전망이다. 이리되면 사상 첫 1000만 관객-1000억 매출을 달성하며 한국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쓰게 된다. 명량해전이 벌어진 전남 해남 울돌목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이순신 장군을 다룬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명량의 인기가 스크린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명량의 열풍은 사실 수수께끼 같은 것이다. 누구나 아는 영웅, 결말이 뻔한 이야기로 전대미문의 흥행 대박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힘’ 이라기 보다는 이순신을 불러낸 시대상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 세월호 참사,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 등을 겪으면서 무기력하고 무능한 지도층에 실망하고 있다. 그러면서 강력한 리더십과 도덕성, 미래에 대한 비전, 현실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불굴의 정신을 갖춘 지도자를 갈망한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과 마주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겨낸 강력한 지도력에서 현실의 돌파구를 찾고 싶어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명량대첩은 진도 앞바다를 배경으로 이뤄져 세월호 참사 이후 헝클어진 국가 위기관리 능력을 더욱 연상시킨다.

‘명량 신드롬’은 한때 정치권을 강타했던 ‘안철수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새정치를 갈망하면서 들불 처럼 일어난 게 안철수 현상이다. 명량 신드롬은 그래서 국민의 욕구를 해소하는 카타르시스의 소비 수준을 넘어 국민과 지도층이 거듭나는 계기로 승화돼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깊이 자성해야 할 것이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사자후가 자신들을 향한 준엄한 메시지임을 새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대표가 영화를 봤다고 하니 심기일전(心機一轉)하기 바란다. 이순신 장군이 그랬듯 민ㆍ관ㆍ군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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