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던 빗줄기로 하늘 곳곳에 먹구름이 남았지만 다시 해가 떠오르는 듯 한 그런 분위기가 연출된 겁니다. 그 때 갑자기 딸이 외쳤습니다. “슈퍼문”이라고. 좀 더 맑은 하늘이었으면 장관이었을 터인데 안타깝긴 해도 참으로 오묘했습니다.
한 해에 가장 큰 달이 그렇게 세상의 어둠을 밝히며 한 주를 열더니, 말 그대로 별들의 잔치인 유성우(流星雨)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133년 만에 한번 꼴로 공전하는 ‘스위트프-터틀’이라는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가 지구로 떨어지면서 생기는 환상적인 우주쑈입니다.
유성우와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페르세우스 자리 쪽에서 날아오는 듯하여 ‘페르세우스 유성우’라고도 한다는군요. 지난 3월 초 경남 진주 일원에 떨어져 대박행진을 터뜨린, ‘별에서 온 그대’인 귀한 운석(隕石)이 세계 도처에 비처럼 뿌려진 셈입니다. 별똥별의 군무를 놓치기가 아까웠던지 미항공우주국(NASA)의 마셜우주비행센터는 전 세계에 이를 실시간 중계했다고 합니다. 절정을 이룬 13일 새벽, 많은 이들은 무수한 별을 헤며 건강과 가족의 행복, 사회의 안녕과 화합을 소원으로 빌었을 것입니다.
지난 10일 저녁 세상을 밝힌 ‘슈퍼 문’ |
때마침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카운트다운에 들었습니다. 14일 도착해 4박5일 동안 우리나라에 머물며 온갖 시름과 편견 그리고 고통을 거두고 대신 희망과 평등과 용기를 유성우처럼 사방각지에 뿌려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다림으로 가슴 벅차고 설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도 모자라 사건사고가 빈발했던 것도, 70년 분단사에 이제 막 화해와 교류·협력의 숨통이 다시 터지려하는 것도, 마침내 고통을 통틀어 들춰내 말끔히 치유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교황님께 힘을 보태고 또 보태봅니다.
오늘 출근길에 광화문 일대를 둘러보았습니다. 시복식 장소를 꾸미느라 밤샘 고생을 한 흔적이 너무 뚜렷합니다. 이제 시청앞까지 보호벽까지 처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질서정연하게 기쁜 마음으로 진솔하게 맞이할 일입니다.
“성웅 이순신 장군도 버거워할 정도의 이 지독한 난세, 교황님까지 힘을 보태려 유성우 타고 먼 길 재촉해 오신다”는 한 네티즌의 글귀가 유독 두 눈에 잡히는 아침입니다. 별들의 향연이 길조(吉兆)가 돼 이 땅위에도 좋은 일들이 벌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천우신조(天佑神助)라 할지라도 결국 우리하기 나름인 것입니다. 낮은 자세와 사랑으로우리 앞의 일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교황이 바라는 바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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