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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교황의 ‘사랑과 화해’ 정신 이 땅에 가득하길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안고 14일 한국에 도착했다. 교황이 이 땅을 밟은 것은 지난 1989년 요한바오로 2세 이후 꼭 25년 만이다. 12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이자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인 교황이 한국을 아시아지역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우리에겐 너무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가톨릭 신자는 물론 종교와 종파를 떠나 모든 국민들은 교황의 방한을 마음을 다해 환영하며 무탈하게 떠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겸손과 청빈을 몸으로 실천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진정한 벗이었다. 교황 취임 이후에도 환경미화원과 이(異)종교 여성, 장애자 등을 수시로 만나 오직 사랑으로 그들을 보듬었으며 지난 겨울 생일 때는 동유럽 노숙자들을 초대해 음식과 마음을 나누었다. 그러기에 이 땅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화해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용돌이 치는 갈등과 혼란을 치유하고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되찾는 획기적 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민주화와 근대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세계 초유의 국가라고 늘 자부해왔다. 실제 세계 10위권을 넘나들 만큼 경제력이 커지면서 물질적 풍요는 어느 정도 이뤄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압축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었고, 그것이 표출되면서 지금 우리 사회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속에 앞만 보고 달리는 사이 이념과 지역, 세대와 계층간 갈등의 골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깊어졌다. 물질적 탐욕이 빚어낸 세월호 참사와 인간성 결핍이 낳은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등도 따지고 보면 고도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들이다.

교황은 건강을 염려할 정도로 빈틈없이 꽉짜인 방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일정에는 세월호 가족, 위안부 피해 할머니,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강정 해군기지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등이 함께 하게 된다. 이들 역시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교황은 이들이 누구든 개의치 않고 늘 그랬던 것처럼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할 것이다. 얼마나 영광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다만 위로와 격려는 그 자체만 받아들이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연계하지는 말아야 한다. 내란 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진당 의원 가족들이 교황이 자신들을 응원하는 것처럼 왜곡한 사건이 얼마전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어려움에 빠져있는 이웃에 대한 위로가 오히려 혼란과 분열을 확산시킨다면 교황의 방한 의미는 퇴색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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