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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퇴직연금 개편, 방향 맞지만 수급권 보장엔 의문
정부가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퇴직 때 한번에 수령하는 퇴직금제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높이는 한편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들이 협의해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 특히 종업원 수 300명 미만 사업장의 가입률은 15% 남짓에 머물러 중소·영세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노후대책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우선 300인 이상 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뒤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방안이다. 또 현재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4~5% 수준인데 이를 10% 안팎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이를 위해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70%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혜택도 늘리기로 했다. 이처럼 여러 제도적 장치로 퇴직연금의 노후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라 하겠다.

문제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급권 보호장치가 미약하다는 데 있다. 새로 도입되는 기금형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별도의 수탁자(수탁기금)를 지정해 운용토록 하는 제도다. 수탁자가 투자펀드나 신탁 형식으로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한 펀드나 주식이 확 오르면 좋지만 폭락하면 퇴직연금이 푼 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일본에선 한 연금운용회사가 240%의 고수익을 미끼로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연금을 유치했다 부실 운용으로 대부분을 날렸다. 이로 인해 88만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연금 일부를 받지 못하는 사태를 감수해야 했다. 금융기관이 손실의 일부를 분담하도록 설계하는 보완책이 있겠지만 직장인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퇴직연금 유입이 금융시장도 살릴 수 있을 것 이라는 유혹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호주가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와는 여건이 다르다. 리스크를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면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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