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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음습한 로비 창구 ‘출판기념회’ 양지로 끌어내라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 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들로부터 각각 수백만 원씩 모두 3800여만원의 축하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신 의원의 은행 개인금고에서 압수한 1억원대 현금 가운데 일부다. 신 의원이 지난해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대표 발의한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사후 사례금이라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이에 신 의원은 “출판기념회 축하금이 과연 대가성 로비 자금이 될 수 있는지 문제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역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도 장남 집에서 발견된 거액의 뭉칫돈에 대해 “출판기념회 수익금”이라고 했다.

두 의원이 이런 주장을 펴는 이면에는 “오랜 관행을 따랐을 뿐 인데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는 불만이 배있다. 정치자금법상 의원은 연간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을 수 있지만 모금 내역을 공개하고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회계감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출판기념회는 모금 한도에 대한 규정도 없고 받은 돈과 사용처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 그러다보니 국정감사나 정기국회 전후로 관련기관이나 업계의 로비 창구가 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만약 지금 당장 의원들의 은행 대여금고를 모두 압수해서 조사한다면 두 의원의 경우처럼 현금 다발이 나오는 사례가 많을 것이란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여야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정치혁신의 단골 공약으로 출판기념회 제도개선을 외쳐왔다. 지난 2월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정가 판매, 수입ㆍ지출 선거관리위원회 신고 등을 담은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으나 ‘반짝다짐’으로 끝났다. 앞서 지난 1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횟수 제한, 국정감사ㆍ정기국회 때 개최 금지 등을 골자로 ‘출판기념회 준칙’을 내놓았지만 빈말에 그쳤다.

신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래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출판기념회 자금의 불법성을 들여다보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만약 신의원에게 대가성 뇌물죄가 성립된다면 정치자금 문화를 바꾸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미 과도한 경ㆍ조사금은 뇌물로 인정하는 판례가 확립돼 있지 않은가. 정치권을 믿고 개혁을 기다리다간 부지하세월이다. 한편으로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빙자해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후진적 정치 행태를 개선할 근본 대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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