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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비즈 인수는 끝 아닌 새로운 시작 ”
한국기업 첫 유럽프로축구팀 인수…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벨기에 2부 리그 AFC 튀비즈 통해
한국선수 유럽무대 연착륙 기회 주고
스토리텔링 통한 새로운 마케팅모델 추구

게임 ·엔터 산업도 성장한 건 10년 남짓
스포츠마케팅도 ‘돈 되는 사업’ 증명할 것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도 뭔가 해야 했습니다. 월드컵 스폰서 글로벌 기업이던 어바이어(Avaya)의 의뢰로 국내 스폰서들이 참여하는 축구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마친 뒤 돈을 거의 벌지 못 했어요.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었습니다. 마침 그 대회에서 쓰고 남은 ‘페어플레이’ 티셔츠 500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가서 이거라도 팔자 싶어 월드컵 뒤 K리그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티셔츠 사세요’ 목소리가 그렇게 안 나옵디다. 한 20장 정도 팔렸나, 그 돈 갖고 뭐 하겠습니까. 소주 한잔 털어 넣고나니까 없더군요.”

21세기의 첫 해인 지난 2000년 탄생해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독립 기업체로서는 최장수급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스포티즌. 이 회사를 세운 심찬구(44) 대표는 국내와 이웃나라 일본에서 함께 연 월드컵이란 큰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 한 것을 아쉬워하며 이 같은 일화를 털어놨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들 대부분 명맥을 잊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 만큼 녹록하지 않았던 세월이다. 스포티즌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계를 뒤흔들 초대형 이슈를 터뜨렸다. 벨기에 프로축구 2부리그(벨가콤리그)의 AFC 튀비즈를 인수한 것이다.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가 벨기에 축구 프로구단 AFC 튀비즈 인수와 관련해 소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기업이 구단을 사서 직접 운영하는 것은 유럽 빅리그에선 드물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해외 클럽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은 돈이 충분해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중소기업은 겁을 먹어 손대지 않았다.

튀비즈는 지난 1953년 창단한 60여년 전통의 클럽이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남서쪽으로 25㎞ 떨어진 인구 15만명의 철강도시 튀비즈시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2008-2009 시즌 1부리그(주필러리그)를 경험했고, 지난 시즌엔 2부리그에서 6위를 기록했다.

주목받는 빅리그의 빅클럽은 아니다. 국내에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스포티즌은 어떤 목적으로 이런 튀비즈를 인수한 것일까.혹자는 이적료 사업을 하려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것은 튀비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중 작은 부분일 뿐이다. 심 대표는 튀비즈를 세 가지 방면의 플랫폼으로서 키우는 게 목표다.

우선 국내 선수 개인이 유럽이라는 큰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심 대표는 “빅클럽에선 한국 선수는 성실하다는 인식 정도만 있지 한국의 어떤 선수가 어디에 숨어있는지는 잘 모른다”며 “충분히 기량이 되는데도 발탁 기회를 얻어보지도 못하고 국내에서 벤치에만 앉아 있다 전성기를 마감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튀비즈는 그런 판단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선택됐다. 벨기에는 유럽의 중심지인 데다 외국선수 보유제한이 없어 해외 진출 희망 선수들의 기착지로서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벨기에의 다른 2부리그 클럽 베베른(Beveren)의 경기에서는 피치 안에 11명의 코트디부아르 선수들이 뛴 진풍경도 연출된 바 있다. 그 중 한 명은 빅스타가 되기 전의 야야 투레(31ㆍ맨체스터시티)였다.

스포티즌으로선 새로운 수익모델이자 앞으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플랫폼이다. 이번 일은 즉흥적으로 시도한 일이 아니다. 무려 5년 이상 면밀히 준비해온 프로젝트다.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장기 계획이었다. 심 대표는 “항상 왼발은 현실 영업전선에 담궈둔 채 오른발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다녔다”고 표현했다.

스폰서로 참여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무명의 선수가 해외 무대에서 맹활약하기까지 감동적인 성공스토리를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할 수 있다. 또 여기서 발생하는 활발한 사회적 반응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판은 이제 벌어졌다. 심 대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어느 순간 폭발하듯 스포츠마케팅분야가 거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게임이나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역사는 10년 남짓에 불과합니다. 일개 콘텐츠, 하나의 기술에 불과하던 분야가 일부 기업의 선도적 역할에 정부 지원과 붐업 등의 시대 조류를 타고 단기간에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스포츠마케팅 분야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뒤따르려면 현업 종사자에게 ‘이건 돈이 된다’는 걸 증명할 책임이 요구된다. 심 대표는 그 일을 떠안을 각오다. 그는 “나중의 이야기지만, 튀비즈를 안착시키고 나면 2차, 3차 모델도 있다. 매니지먼트 전 단계인 아카데미나 전문스쿨도 만들고 싶다”며 “이처럼 스포티즌이 만들어 나가는 모델이 스포츠를 하나의 콘텐츠에서 산업으로 비약하게 만드는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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