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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불신의 안개’ 걷히지 않으면 세월호법은 영영 표류
여야 원내대표가 여당 몫의 특검 추천위원 2명을 야당과 유가족 동의아래 이행한다는 데 극적 합의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20일 총회를 열어 이를 거부했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것도 요구했다.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격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세월호법 진전을 위해 지난 7일과 19일 두 번의 합의안을 내놓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유가족들의 거부 표명으로 다시 원점에 서게 됐다. 덩달아 정부조직법, 김영란법(부정 청탁 금지) 등 세월호 참사 재발을 막기위한 개혁법안과 경제ㆍ민생 활성화 법안 처리도 올스톱됐다. 대의정치의 양대 축인 여야의 합의가 국회 밖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초유의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가 어렵게 일궈낸 합의안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ㆍ 여당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 때문이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대표는 새 합의안을 들고 유가족들을 설득하러 나선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그러면 지금 적하고 동침하자는 건가”라며 “이건 전쟁인데, 적을 이해하고 전쟁하느냐. 협상 파트너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여당 몫의 추천권을 아예 야당과 유족이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도 정부ㆍ여당의 입김이 조금이라도 작용하는 특검은 원천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유족들과 깊숙이 접촉하는 일부 재야의 급진 세력 인사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미군 잠수함 충돌 좌초설’이나 ‘국가정보원의 국면 전환용 기획설’ 등도 유가족들의 불신감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이쯤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일부 급진 세력들은 박근혜 정부를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정부와 동급으로 놓고 있는 격이다. 자연히 세월호는 수백명의 무고한 생명이 국가 권력에 의해 숨져간 광주항쟁과 같은 반열에 놓이게 된다. 가족대책위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유족들이 이런 시각에 동조해 정부ㆍ여당을 적으로 규정하고 극한 투쟁을 벌이는 것이라면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가족들이 정부ㆍ여당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된 배경은 온 국민이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박종철군 고문 치사’처럼 독재 정권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사건과 동일시하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실정법과 여야의 대의정치를 부인하고 스스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자력구제에 나서겠다고 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유가족들이 한발 물러나 파행정국의 숨통을 터준다면 국민적 지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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