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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무리수 드러난 KB징계…제재 절차 문제는 없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1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각각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당초 예상했던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에 비해 한결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금감원장의 결재 과정이 남아있지만 제재심의 결과가 바뀐 전례가 없었던 점에 비춰 징계는 이것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봐야 한다. 중징계를 피하게 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신분은 당분간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최근 일련의 KB 사태와 관련한 징계절차가 더 시간을 끌지 않고 마무리된 건 다행이다. 하지만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당장 금융당국은 제재 권한을 무리하게 휘둘렀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금융기관이 잘못한 게 있으면 감독당국은 진상을 파악해 제재하고, 책임자를 중징계해서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KB금융 최고경영진 제재 과정은 과연 엄정했는지 묻고 싶다. 제재심의위가 열리기도 전에 중징계 방침을 미리 통보하는 바람에 해당 기관은 큰 혼란에 빠졌고,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대상자를 심의하느라 최종 제재를 결정하기까지 무려 여섯차례나 심의위를 열었다. 감당도 못하면서 일만 벌인 것이다. 금융당국의 각성과 함께 제재절차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

비록 징계수위가 낮아졌으나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민은행을 대표기업으로 하는 KB금융그룹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 최대 금융기관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덩치만 큰 사고덩어리 초식공룡으로 전락했다. 최근 1년사이만 해도 도쿄지점 불법대출, 본사 직원의 거액 채권횡령사고, 국민카드와 국민은행의 고객정보 대량 유출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볼썽사나운 내홍은 KB금융의 현 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낸 추태였다. 그 책임의 한 가운데 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파동은 KB금융그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방법은 지배구조를 확 뜯어고치는 것이다. KB금융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낙하산 인사 탓이다. 전문성도, 리더십도 없는 경영진이 수시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데 어떻게 장기 비전과 전략이 나올 것인가. 더욱이 그 낙하산 마저 내려오는 줄이 달라 갈등과 반목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참에 낙하산을 확실하게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KB금융은 물론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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