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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유가족 · 대통령 · 與野 모두 한발씩 양보해야
정국이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여야 간 세월호특별법 합의 결과가 유가족들에 의해 거부되면서 정치는 실종되고 국정은 마비 상태다. 한 시가 급한 민생법안들은 세월호법에 볼모로 잡힌 채 꿈쩍도 못하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분리 국정감사도 무산될 위기다. 마치 커다란 블랙홀에 나라 전체가 빨려드는 느낌이다. 정국이 마냥 이렇게 흘러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꼬인 실마리를 풀기 위한 해법이 중구난방 제시되고 있지만 현실성은 크게 떨어진다.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제안이 우선 그렇다. 유가족들이 세월호특별법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것은 맞지만 입법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야권의 압박도 이치에 맞지는 않는다. 대통령에게 입법에 개입하라고 요구하는 건 국회 입법권의 포기이며 3권분립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대통령이 실제 관여하게 된다면 국회는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

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모두가 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다.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청와대, 유가족 모두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 이런 식의 대치가 길어질수록 세월호를 바라보는 민심은 더 차갑게 식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야당은 세월호법과 민생법안을 분리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가 안타깝다고 나머지 국민들과 나라 경제를 내팽개칠수는 없지 않은가. 문재인 의원도 전면에 나서야 한다. 새정치연합 최대계파 수장이 유가족과 동조 단식을 하며 자신의 이미지만 적당히 관리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 후보가 할 처신이 아니다.

무엇보다 여권이 달라져야 한다. 정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야당의 합의 파기 탓이 크다고 하나 여당인 새누리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가족 설득만해도 야당에만 맡길 게 아니라 여당도 함께 나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박 대통령 역시 유가족 면담에 인색할 건 없다. 그들과 직접 만나 ‘입법은 대통령 권한 밖’이란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고 특검의 공정성을 약속하는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유가족들이 ‘강성’이되고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극도의 불신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걸 풀어야 세월호법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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