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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대한국민 소멸기(記)
2750년 12월 3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해를 보내는 아쉬움, 새해를 맞는 설레임이 거리에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의 조그마한 병원에선 동양인이 마지막을 숨을 내쉰다. 간호사를 빼곤 이 노인의 죽음을 지켜볼 가족이나 친지들도 없다.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역사를 기록할 사람도 기억해 줄 이도 없다. 최후의 ‘배달민족’이었던 이 노인은 그렇게 이국땅에서 쓸쓸히 객사한다. 한 때 ‘한강의 기적’을 일궜고, 경제강국으로 세계를 호령했으며, 문화로도 세계를 지배했던, 무엇보다 단일민족이 큰 자랑이었던 이 민족은 그렇게 소멸되고 말았다.

공상과학영화 같은 이 장면은 700년뒤 픽션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며칠전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 모델을 인용, 한국 인구가 2750년에는 사라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한국인구가 소멸될 것이란 전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코리안 신드롬’이라며 한국을 지구에서 소멸되는 첫 나라로 꼽은 적이 있다.

충격적인 듯 보이지만 과학적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수)은 1.19명. 인구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부부가 결혼해 2명은 나아야 가능하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을 감안하면 2명 이상이 돼야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이 1명을 갓넘는 상황에서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1960년대만 해도 합계 출산율은 6명이 넘었다. 베이비붐 세대들을 둘러보면 한 가정에 6~7명의 자녀는 보통이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덮어넣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가 말해주 듯 가족계획이 국가의 주요시책이 된 것은 당연한 일. 1966년 가족계획 홍보 영화를 보면 정부가 ‘3ㆍ3ㆍ35원칙’ 캠페인을 펼치면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3살 터울로 3명만, 35살 이전에 출산하자’는 것이었다. 1980년대도 ‘둘도 많다’로 출산억제책이 추진됐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출산장려로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저출산이 가져올 문제는 여럿있다. 노동인력이 줄고, 내수시장이 감소하면서 성장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 게다가 저출산에 고령화가 겹치면서 세대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국가의 탄력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결혼한 부부가 애를 낳지 않는 것은 ‘빚을 내서라도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란 자녀에 대한 무한책임을 바탕으로 한 우리 문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아득바득 희망없이 살아가는 자신들의 삶을 2세에게 이전하고 싶지 않은 젊은 부모들의 마음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을 사는 오늘 우리에겐 대한국민 소멸론은 먼 얘기에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많을 것이다. 배달민족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나라의 위기는 근본에서 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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