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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박일한> 감정평가업계의 밥그릇 싸움
‘표준지공시지가’란 감정평가사들이 매년 1월1일 기준 전국 50만 필지의 땅을 필지별로 조사해 가격을 산출한 것이다. 각종 조세부과 및 부담금 산정, 손실 보상 등의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국민 삶과 밀접하다.

한국감정평가협회가 9월부터 이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표준지공시지가 제도 개선안’에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모든 표준지 조사를 더 이상 현장조사 등으로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정밀조사’방식으로 수행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수십년동안 1% 이내 땅값 변동률을 보이는 평지 등 변동요인이 없는 땅까지 정밀조사하는 현행 방식은 예산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런 지역은 약식 감정인 ‘기본조사’로 진행하자는 게 제도 개선의 핵심이다. 이미 부동산 실거래가 자료가 수백만건 축적돼 땅값 변동 예측이 가능하고, 인공위성 등을 활용한 공간정보 등 최첨단 정보통신 장비를 활용하면 기본조사 만으로 충분히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민간 감정평가업계에 돌아가던 표준지공시지가 업무 수익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정부는 표준지공시지가 업무에 ‘기본조사’제도를 도입하면 151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이 이번에 감정평가협회의 표준지공시지가 조사, 평가 업무 거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감정평가협회는 자신들이 맡아오던 업무를 계속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에 빼앗긴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감정평가협회측은 “절감되는 예산이 고스란히 한국감정원 수행업무 증액에 편성돼 있다. 새 제도는 예산절감이 아니라 한국감정원 수익증대를 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좀 당혹스럽다. 정부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예산을 줄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국토부는 표준지공시지가 조사 합리화를 통해 절감된 예산을 상가권리금 조사, 임대 사례 조사 등 공익적인 곳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 업무를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한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한국감정원이 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것은 나중에 평가하면 될 일이다. 감정평가협회의 표준지공시지가 업무 파업 선언이 지지를 받으려면 한국감정원에 밥그릇을 빼앗긴다는 불만이 아닌 다른 명분을 찾아야 한다.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으면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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