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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럼-이호철> 런던거래소와 한국거래소 무엇이 다른가
이호철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의 심화로 기존의 영업 모델이 고전하는 가운데, 빛을 발하는 기업이 있다. 여러 기술과 업종을 종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형 기업’이다. 이 기업은 플랫폼 형태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영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가경쟁력에도 큰 보탬이 된다.

인프라형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구글을 들 수 있다. 한 때 IT 정보검색 업체에 불과했던 구글은 지금은 문자·동영상·지도 등 각종 정보를 기반으로 인테넷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종합 정보업체로 변신했다. 구글 자신도 광고·쇼핑몰에서 무인 자동차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고 다른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영업기회를 제공했다.

구글이 짧은 기간내 인프라형 기업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 인수·합병(M&A) 덕이다. 구글은 기업 상장과 증자자금, 수익금을 활용해 세계 유수 기술기업을 일거에 매입했다. 2004년 기업을 상장한 구글은 그해 구글 맵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키홀을, 이듬해에는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사인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 이어 2006년에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다음해에는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더블클릭을 인수하는 등 지난 10년 동안 30조원 이상을 투입해 156건의 M&A를 추진했다.

같은 일이 금융 분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 비즈니스 혁신의 주역은 ‘거래소’다. 종래, 주식과 채권의 상장과 매매 체결을 주로 하던 거래소가 이제는 금융거래의 인프라형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단순한 매매 체결 업무에서 벗어나, 매매 전 서비스로 실시간 거래 정보, 지수개발 등 정보 사업을 벌이고, 매매 후에는 청산·결제 업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정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 개발과 운영 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LSE)는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1801년 개장해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런던증권거래소는 불과 십여 년 사이에 주식과 채권을 상장·유통하는 기업에서 금융거래 관련 글로벌 인프라 회사로 완전 탈바꿈했다. 덕분에 런던 금융가의 수많은 금융 기업들이 활력을 잃지 않고 미국의 월가나 시카고에 맞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2001년 주식회사로 전환한 런던증권거래소는 기업 공개와 증자 자금으로 인수·합병(M&A)과 자회사 설립에 적극 나섰다. 이탈리아와 캐나다 토론토의 거래소를 인수한데 이어, 대체거래소인 트로쿠아즈를 설립했다. 또 정보사업을 위해 2011년에는 지수회사 FTSE를 자회사로 만든데 이어, 올해는 미국의 지수개발업체 러셀을 인수했다. 청산·결제를 위해 산하에 LCH 클리어넷을 두고 이탈리아에는 CC&G, 티톨리 등의 결제소를 만들었다. 아울러 전산 개발회사로 스리랑카의 밀레니엄IT사를 인수해 거래 플랫폼 등 전산시스템을 30여 곳에 판매했다.

그 결과, 런던증권거래소의 사업 구조도 크게 변했다. 정보서비스 부분의 수익이 가장 크며, 이어 청산·결제 등 거래 후 서비스가 두 번째를 차지한다. 전통적인 증권의 발행·유통 부문은 세 번째에 불과하다. 또 전산시스템 판매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업계와 동반성장하는 ‘인프라형 거래소’, 우리도 한국거래소가 혁신의 주역으로 나서는데 걸림돌은 없는지 곰곰이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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