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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킹 이즈 싱킹…거리 걷다 우연히 떠오른‘빠름빠름빠름’
광고인의 유레카
광고는 자수와 같아서 결과물을 보면 아름답고 세련되고 정리된 것 같지만 그 뒷면은 혼돈입니다. 그래서 광고의 뒷면인 ‘만드는 과정’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중 가장 심한 고통은 ‘아이데이션(ideation)’이라 부르는 ‘생각만들기’일 것입니다. 그럼 저의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누추하지만 공개합니다.

워킹 이즈 싱킹(Walking is Thinking!), 나만의 생각 공장, 나의 사무실은 거리입니다. 나는 걷습니다. 그러면 이상하게 이상한 생각이 잘 난다는 것을 깨달은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평범해질 때마다 여기저기를 걷습니다. 지금은 이노션에 다니기 때문에 강남역 주변이 메인 코스입니다.

생각이 나올 때까지 걷습니다. 버스커버스커의 목소리로 알려졌던 KT의 LTE 워프 ‘빠름빠름빠름’ 캠페인도 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어떤 매장에서 흘러나온 ‘빠담빠담’이란 노래를 듣고 이리저리 생각을 조합해 완성한, 거리에서 태어난 캠페인 중의 하나입니다.

걸으면 왜 생각이 잘 날까? 정말 나만 그런 걸까? 아니더군요. 소요학파,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한 학파인 소요학파는 걸으면서 대화하고 토론해가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정교하는 방법으로 철학하는 학파입니다. 실제로 많은 철학가들이 이들처럼, 걸으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들었습니다. 니체도 그 대표적인 사람이죠. 그는 책상에 앉아서 남이 쓴 책이나 뒤적이며 철학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남의 생각을 베끼는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광고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자리에서 끊임없이 남이 만든 결과물들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남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착각이 되는 끔찍한 순간이 오게 되는 것이지요. 여러분, 생각이 막히면 책을 펼칠 게 아니라 책을 덮고 밖으로 나가 보십시오. 그곳에 당신이 원하는 생각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생각만들기에 관한 한가지 보너스를 알려드립니다. 어떤 시인은 생각이 막힐 때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기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뇌에 피가 몰려 생각이 잘 난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도 이 방법을 써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생각이 막힐 때면 거꾸로 매달려 보시면 어떨까요?

김기영 CD는

2008년 이노션 입사 후 팬택의 ‘단언컨대’, KT의 LTE 워프 ‘빠름빠름빠름’, 현대차의 제네시스 런칭 캠페인 등을 기획했다


김기영 이노션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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