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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정치알력’에 기업인 줄줄이 국감소환.. 대외신뢰도 하락 우려
[헤럴드경제=김윤희ㆍ박수진 기자]“시장에 물건이 넘쳐나서 잘 돌아가던 공장도 문을 닫는 판국입니다. 정치권이 윽박지른다고 공장을 또 지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정유 화학업계는 올 들어 합성섬유와 페트병 원료인 파라자일렌(PX)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발 훈풍에 힘입어 파라자일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자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공장을 증설했지만, 중국 수요가 꺼지면서 파라자일렌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산업계 인사는 “공장을 돌릴 수록 손해여서 대부분의 회사가 가동률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김병렬 GS칼텍스 대표와 차화엽 SK종합화학 대표는 조만간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가 “왜 공장을 짓지 않느냐”에 대해 해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관련한 후속투자 이행 여부를 묻기 위해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법 통과 직전까지만해도 파라자일렌이 호황을 누렸지만 불과 반년만에 시장상황은 급변했다. 국내 파라자일렌 총 생산량은 최근 SK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이 공장을 증설하면서 330만톤이 늘어난 979만톤으로 이미 과잉공급상태다. 여기에 아직 공장을 짓지않은 GS칼텍스의 물량 100만톤을 보태면 시장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실제로 투자를 재촉하려는 목적보다는, 법 통과에 반대해온 야당과 당시 설득 작업을 해 온 여당간의 정치적 알력문제 때문에 기업인들을 불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적 알력관계로 기업인들을 불러내거나, 국감장에서도 기업인들을 망신주는 사례는 올해도 무수히 반복될 전망이다.

국회는 올해 이석채 전 KT회장, 배경태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 황창규 KT대표이사,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등 47명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아직 여러 상임위에서 증인채택이 진행 중인만큼 기업인 증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감 일반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한 인원은 318명이며, 이중 기업인은 전체의 47.2%인 150명에 달했다.

문제는 시간을 분단위로 나눠써야할 기업인들이 정작 국정감사장에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하루 종일 대기하거나, 기껏해야 한두마디 답변하는 게 고작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 스티븐 바넷 AIG손해보험 대표, (주)킴스솔루션의 김종대 대표이사 등 14명은 하루종일 국감장에 대기하다가 질문 한 건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증인석에 앉은 기업인들도 정치인들의 호통을 듣다가 “예, 아니오” 수준의 답변을 내놓고 돌아갔다.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수많은 기업인들이 불려와 하루종일 기다리다가 절반 가량은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과 시간낭비 뿐만 아니라 대외신인도 하락까지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전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국감장에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거물급 기업인들을 불러다 놓고 윽박을 지르는 일이 허다하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얼굴인 CEO가 국감장에서 문책을 당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도가 생명인 기업에 엄청난 타격”이라고 말했다. 현행법규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통상 벌금형이 내려지는데, 이보다는 추후 정치권에서 가해질 보복 조치가 두려워 손해를 감수하고 국감장에 출석한다”고 전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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