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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리 삼킨‘철의 장막’메르크스
오성규의 업그레이드 3쿠션
지난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구리에서 전 세계 내로라 하는 3쿠션 선수들이 모여 월드컵 우승을 놓고 자웅을 겨뤘다. 20여개국의 나라에서 참가하고 124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3쿠션 당구 월드컵은 일년에 4~5회 유럽, 남미, 아시아 등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열리는 일종의 투어 대회다. 이 대회를 통해 성적을 쌓아 세계 랭킹 12위 안에 든 선수들은 시드가 배정되며 기본상금과 여행경비가 보장된다. 또한 여러 회사에서 스폰서십 제안이 온다. 명예와 부가 같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받은 선수는 단연 우승자인 에디 메르크스다. 에디는 벨기에 사람이며 현 세계랭킹 3위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이 선수를 높이 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당구에서는 하이런과 베스트 게임의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에디가 바로 베스트 게임 세계기록 보유자다. 


50점 경기를 6이닝에 끝냈는데(하이런 26점) 이 경기의 기록은 앞으로 깨지기 힘든 대단한 기록이다. 한국의 강인원 선수를 상대로 한 기록이라 한국 당구계의 입장에선 다소 아이러니한 기록이긴 하다. 이 기록을 골프와 비교한다면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18홀 1라운드를 돌며 40타 정도를 기록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아마 더 적은 타수일 수도 있다.

에디 메르크스를 높이평가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세계 최강자와의 상대 전적이다. 현 세계 랭킹 1위는 프레드릭 쿠드롱으로, 이 선수는 그 어느 선수도 이기기 힘든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실력과 멘탈을 겸비한 선수다. 그러나 같은 벨기에 출신인 에디는 남들이 다 어려워 하는 쿠드롱 선수가 제일 어려워 하는 상대다. 그 동안의 전적을 비교해도 거의 5대5 수준으로 승패를 양분했다. 당구는 상대성이 있는 스포츠지만, 강한 선수에게 강한 것은 그만큼 강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구리 3쿠션 월드컵 시상식. 왼쪽부터 준우승자 쿠드롱, 우승 메르크스, 3위 블롬달.

에디 메르크스가 항상 칭찬만 받는 것은 물론 아니다. 몇몇 선수들은 그를 ‘디펜스를 너무 많이 하는 선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대개의 스포츠에서도 그렇지만, 당구 역시 공격적인 플레이로 승부하는 것이 외견상 화려하고, 더 정정당당한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수비를 신경쓰는 플레이는 자신의 공격력을 일정 부분 희생하면서 상대의 공격력도 깎아먹는 것이므로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시원시원하게 득점이 나오지 않아 재미가 없고, 수비를 당하는 상대의 입장에서도 얼굴을 붉힐 때가 있다.

하지만 과연 에디를 디펜스 플레이가 과하다고 비판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베스트 게임 세계 기록을 가진 선수가 어찌 수비적이라 평가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을 정도다. 필자는 에디 메르크스야말로 공격과 수비를 겸한다는 ‘양수겸장’에서 최고의 수준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음 달 11월 26일에는 서울 잠실에서 처음으로 3쿠션 월드챔피언십(세계선수권대회)이 열린다. 국제 당구 대회중 세계 최고의 권위와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월드챔피언십은 아직 한국선수가 우승한 적이 없다. 이번 대회는 당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성규 코줌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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