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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오류(誤謬) 정부, 오류(五流) 정치
노자(老子)는 정치의 가장 바람직한 상태(至治之極)를 이렇게 정의한다.

“이웃 나라 백성들이 서로 쳐다보며, 개와 닭이 우는 소리를 서로 들어가며, 각기 자기들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각자의 의복을 입고 풍속을 편안히 여기며 자신들의 업을 즐기면서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 것이다.”

무위(無爲)를 주장하는 도가(道家)이니 그저 제 나라에만 콕 박혀 살라는 뜻일까? 아니다. 다른 나라 사정을 잘 알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더 낫다고 여기게 해야한다는 의미다.

사마천(司馬遷)의 풀이다.

“가장 좋은 정치란 자연스럽게 백성들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이(利)로써 이끌고, 그 다음은 가르치고 깨우쳐 다스리는 방법이고, 그 다음은 백성들을 정연하게 질서를 잡아 이끄는 것이다. 제일 나쁜 정치는 백성들과 싸우는 것이다”

정치는 다른 말로 세금 쓰는 일이다. 국민과 기업들이 땀 흘려 번 돈이다. 그런데 세금이 직간접으로 투입돼 공무원, 교직원 등에게 주어진 연금혜택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엄청난 국방예산에도 무기들의 성능과 상태는 엉망이다. 천문학적 교육예산에도 가계는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기업들은 직원자녀 학자금을 부담해야 한다. 국회가 내년 예산을 논의 중인데, 나랏돈이 이처럼 허투루 쓰이고 있으니 정말 세금 내기 아깝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 꼼수 증세로 기업과 가계부담을 늘렸으면서, 경제에 꼭 필요한 규제개혁은 더디다. 세금 잘 못 쓴 정부와 정치권이 제도를 통해서도 국민과 기업에 이익(利)을 주지 못한 셈이다. 그러면서 궤변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데는 능하다. 키가 침대보다 길면 수족을 절단하고 짧으면 뽑아 늘여 죽이던 옛 그리스 도적 프로크루스테스가 떠오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담뱃값이 제일 싸니 값을 올려야 한다면서, OECD에서 가장 비싼 기름값에는 유류세 비중(53%)이 평균보다 낮다며 괜찮단다. 차라리 모든 국가 기준을 OECD 평균에 맞추면 어떨까?

돈맥경화와 고액화폐 은닉 조짐이 심상찮다. 화폐발행량에서 5만원권(고액권) 발행비중도 70%를 넘었다. 그러자 한국은행은 미국(83.4%), 유럽(90.4%), 일본(95.1%)보다 낮다며 문제 없단다. 지하경제양성화하겠다는 정부지만 변변한 공식통계 조차도 없다. 중앙은행이라고 치밀할 리 만무하다. 하긴 그때그때 입맛에 맞는 외국통계를 활용하면 그 뿐이다.

20년 전 한 재벌 총수가 “우리 기업은 이류, 공무원은 삼류, 정치권은 사류”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국민과 기업의 화식(貨殖)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젠 오류(誤謬) 정부, 오류(五流) 정치로 불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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