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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투여왕 시나시, 한국과 인연 그리고 주부의 삶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한국 여성파이터 송가연(20ㆍ팀원)과 3개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공개 발언해 화제를 모은 일본 여성격투기 레전드 시나시 사토코(37)의 ‘파이터 인생유전’과 한국과의 인연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시나시 사토코는 6년만의 복귀전인 지난 달 26일 일본 도쿄 DTC홀에서 열린 딥(DEEP) 69 원매치 경기에서 한국의 정예은(15)을 안뒤축후리기로 테이크다운한 후 75초만에 파운딩에 의한 TKO로 승리했다. 이 밖에도 그는 30승2패라는 경이적인 전적을 쌓는 동안 2004년 심수정, 2006년 김태경을 각각 암바로 꺾으며 커리어 통산 3명의 한국 파이터와 싸웠다.

한국 파이터들이 대부분 종합격투기에 익숙하지 않은 스트라이커들이었던 관계로 모든 경기가 시나시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런 그가 네 번째 한국인 파이터와의 대결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복 차림의 시나시 사토코. 배우자가 재일교포로 알려져 있다. 활짝 웃으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시나시 사토코. 막강한 실력과 별도로 해맑게 웃는 표정이 그를 초인기 반열에 올렸다. 사진=시나시 사토코 홈페이지

시나시는 복귀전 경기 직후 링 위에서 마이크를 쥔 채 “한국의 아이돌 소녀, 강할 것 같지 않나요?”라며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한 뒤 “내년에 그녀와 3경기 정도로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아이돌 소녀는 송가연을 말한다.

이런 상황이 엄청나게 이례적이다. 시나시는 지금은 사라진 한 때 최고 대회 프라이드FC에서 여자 부문 도입을 전제로 영입 0순위였던 인물이다. 실제로 프라이드와 협력관계이던 딥에선 여성임에도 메인이벤터로 나서며 개연성을 높이기도 했다. 반면 송가연은 고작 1전을 쌓은 신인중의 신인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시나시가 링 위에서 그를 다음 대전상대로 지목한 것이다.

시나시가 2008년 이후 이번 복귀전까지 링에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요양과 육아 문제였다. 이와 관련된 당시 기사를 하나 소개해 본다.


<전략>주인공은 현역 일본 여성 격투가 시나시 사토코(しなしさとこ). 한국 팬들에게는 국내의 여자 입식 강자 김태경의 종합 데뷔전 상대로 잘 알려져 있는 그녀는 일본 중견단체 DEEP 여자 라이트급(-48kg) 챔피언으로 조만간 타이틀 방어전에 나설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방어전에 나서야 할 그녀가 임신 4개월이라는 겁니다. 재일교포 남성과 사귀어오던 것으로 알려졌던 그녀는 2007년 11월 결혼을 했고 결혼 후 그동안 별반 탈 없이 올해 10월까지 결혼 후 총 15개월 동안 총 5번의 경기를 무사히 치러왔고 1월 대회에서 2차 타이틀 방어를 가질 예정이었습니다.

어느 단체도 그렇습니다만 단체의 챔피언이 장기간 타이틀을 얻지 못할 경우는 대게 타이틀을 박탈하고 새로운 챔피언을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DEEP 측은 시나시의 사정을 듣고 그녀의 타이틀을 유지한 채 1년간의 산후 조리 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당장 시나시 사토코가 챔피언으로 있는 DEEP 여자 라이트급 파이터들에게는 조금 안된 일이긴 합니다만 타이틀에 신경쓰지 않고 출산에만 신경쓸 수 있게 된 사토코에게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군요. 세계 탑 클래스의 실력도 실력입니다만 워낙 웃는 모습이 시원해서 개인적으로 팬인지라 이글을 쓰고 있는 저도 기쁘네요.<후략>(무진 2009년 1월 27일 기사)

시나시는 그러나 1년간의 ‘산후 조리 휴가’를 지나서도 링에 오르지 못 했다. 이에 대해 시나시는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처음 밝혔다.

“나도 1년후엔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출산이 생사 문제가 돼 버렸습니다. 절박조산이었기 때문에 몸상태도 나빠서 임신 8개월 때부터 입원생활을 2개월 했습니다. 언제 출산할지 모르니까 화장실 외엔 병실에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출산 한 때도 긴급제왕절개로 대출혈이 생겨서 빈혈로 출산 후에도 1개월 입원해야 했습니다. 퇴원한 후에도 몸상태가 나빠 1년정도는 거의 밖에 나가지 못 했습니다.”(10월6일자 일본 드롭킥채널)

그러면서 자연히 링과 멀어져 육아에만 전념하던 것이 현재까지 온 것이다. 그래도 격투기로 인생 절반을 보낸 그에게 링은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격투 본능을 참고 참아온 5년여, 6개월 전 남편에게 “지금이 아니면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듯 말하고 복귀 허락을 받아낸 뒤에 이번에 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바람처럼 송가연과 대전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여성 격투기 인기가 조금씩 늘고 있어 그의 존재가 국내 여성 격투기 분야에 어떤 유쾌한 바람을 일으킬지 궁금해진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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