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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스타 애런 쿡, 국적 영국→맨섬 바꾼 사연
[헤럴드스포츠=박성진 무술 전문기자]스타는 역시 스타였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태권도 스타 애런 쿡(23)이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그랑프리 대회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명승부는 대회 이틀째인 10월 25일, 남자 -80kg급 준결승에서 나왔다. 이 체급 세계랭킹 1위이자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인 애런 쿡(맨섬)과 독일의 타히르 겔렉의 대결이었다. 경기 초반, 겔렉은 유리한 신장과 다리 길이를 앞세워 애런 쿡에게 머리 득점과 몸통 득점을 성공시키며 4대 0으로 앞서나갔다. 애런 쿡에게는 만만치 않은 승부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경기 중반, 애런 쿡은 번개같은 뒤후려차기를 겔렉의 턱에 적중시켰고, 겔렉은 그대로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기막힌 KO승. 최근의 태권도 경기에서 KO승은 거의 나오지 않는 장면이기에 경기장은 더욱 흥분에 도가니에 빠졌다. 태권도 경기가 재미없다는 말을 쏙 들어가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애런 쿡은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이란의 마흐디 코다바크시의 영리한 플레이를 뒤집지 못하고 11대 13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 대회 최고의 선수로 주목 받은 것은 단연 애런 쿡이었다. 애런 쿡은 영국 출신이지만 이번 대회에 ‘맨섬(Isle of Man)’ 소속으로 참가했다. 영국태권도협회와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국적을 맨섬으로 바꾸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런 쿡은 지난 2012런던올림픽에서도 영국 태권도를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로 꼽혔지만, 영국협회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영국협회는 애런 쿡 대신에 루탈로 무함마드를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애런 쿡을 올림픽 대표에서 제외했다는 점에서 영국협회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무함마드가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협회에 대한 비판은 잦아들었다. 결국 애런 쿡은 국적을 맨섬으로 바꾸고 국제태권도대회에 참가하며 올림픽 참가를 위한 랭킹 포인트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애런 쿡이 2016 히우지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할 수는 없다. 맨섬은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작은 섬으로 IOC가 인정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런 쿡의 고민이 있다. 애런 쿡의 경기가 끝난 다음 날, 관중석에 앉아있는 애런 쿡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애런 쿡과의 일문 일답.

-어제 준결승에서의 KO승 잘 봤다. 뒤지고 있었는데, 그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

▲“상대가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쉽지 않았다. 점수를 먼저 내주긴 했지만, 경기 리듬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움직이면서 기회를 보다가 뒤후려차기를 했는데, 그게 적중됐다.”

-어쨋건 목표는 올림픽을 것이다.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국적을 얻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나라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으로 국적이 결정되어야 하지 않나? 영국 대표로 출전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영국협회와의 갈등의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럴 기대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어느 나라가 될 지는 올해 안에 꼭 결정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전자호구 헤드기어가 도입됐다. 어땠나?

▲“전자호구 자체만을 놓고본다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헤드기어 뿐만 아니라 전자호구의 도입으로 경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당신의 경기 스타일은 전자호구로 인해 변형된, 최근의 경기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그 이전의 스타일에 더 가깝다. 현재의 변화된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가?

▲“말한 것처럼 내 스타일은 올드한 스타일의 태권도다. 그것이 정통 태권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며 그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변화된 조건에서는 역시 적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선수의 입장이다.”

-랭킹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가능한 한 많은 대회에 참가해서 랭킹포인트를 모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당신의 경우에는 국가협회의 제대로된 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실력으로 세계랭킹1위를 유지하고 있다. 어려움은 없나?

▲“어려움이 적지 않다. 전에는 기업의 스폰서가 있어서 지원을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거의 없어졌다. 가족, 어머니의 도움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당신의 여자친구도 태권도 선수라고 들었다. 누구인가?

▲“현재 영국대표팀 선수인 비앙카 웍던이다.”(비앙카 웍던은 현재 영국태권도대표팀을 대표하는 여자 선수 중 하나다. 지난 7월 쑤저우 그랑프리대회에서 부상을 당해 현재는 재활 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자 친구는 영국 대표팀 소속이고, 당신은 미운털이 박힌 외부에서 활동하는 선수다. 어려운 점은 없나?

▲“(웃으며)솔직히 없지 않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확실한 실력을 인정받은 영국 대표팀 선수이므로 불이익을 받거나 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친구와 함께 올림픽에서 뛰는 것이 소망이다.”

2012 런던올림픽 때, 애런 쿡은 침착한 표정으로 관중석에 앉아서 자신이 뛰었어야 할 체급의 경기를 바라보았었다. 당시의 소감을 묻자, 그는 웃으면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애런 쿡의 경기는 조정원 총재를 포함한 세계태권도연맹 주요 관계자들에게도 깊은 각인을 새겨주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애런 쿡이 올림픽에 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나서서 애런 쿡을 올림픽에 참가시킬 수는 없지만, 애런 쿡이라는 스타의 가치를 연맹 차원에서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애런 쿡은 여러 모로 현 세계태권도계에서 가장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스타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이 이번 맨체스터 대회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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