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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피할수 없는 세월의 벽…그래도 여전한‘라이언킹’
이승엽 올시즌 ‘3할타율-30홈런-100타점’ 맹활약…PS통산 최다홈런 신기록 세우고도 “훈련집중 타격감 회복” 다짐
약육강식의 정글을 호령하는 최상위 포식자 사자. 무리의 리더인 사자왕은 새끼와 암사자를 위협하는 하이에나 예닐곱 마리쯤은 혼자서 가볍게 해치워버릴 만큼 엄청난 힘을 지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월 앞에서 서서히 늙어간다. 그 사이 왕좌를 바라보는 젊은 숫사자들의 도전은 잇따른다. 이를 격퇴하지 못 하면 왕좌에서 내려와 무리를 떠나거나 골방영감 신세가 된다. 자연의 순리다.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이승엽(38). 전성기를 지나 힘이 많이 빠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최연소 300개 홈런 기록을 달성하고, 단일 시즌 56개 홈런을 치며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라이언킹’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게 무려 11년 전인 2003년이다. 이듬해인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보낸 시절이 육체적으론 실질적인 전성기였다.

그러나 이승엽은 늙었을지언정 여전히 사자왕이다. 올시즌 3할 타율-30 홈런-100 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예전의 초인적 활약과 비교하면 초라할진 몰라도 리그 최정상권의 성적이다. 전장에서 전달되는 존재감과 영향력은 그런 성적 이상이다. 관록을 품은 텁수룩한 갈기와 위압적인 눈빛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젊은 숫사자들에게 도전 대신 존경을 부른다. 팀동료와 팬들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임한다. 류중일 감독 또한 “그가 한방 해주면 이긴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승엽이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그 한 방을 제대로 보여줬다. 삼성이 3-0으로 앞선 3회 2사2루 상대 선발 헨리 소사의 시속 147㎞ 초구를 잡아당겨 우중월 투런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삼성의 승리를 사실상 굳히는 이 한 방에 대구구장은 들썩거렸다.

포스트시즌 통산 14호째로, 새 기록을 세운 쾌감은 잠시, 금세 냉정을 되찾는다. 전날 3타수 무안타에 이날 첫 타석도 삼진으로 물러난 데 대해 반성한다. “휴식일에 더 훈련해서 정규시즌 때 타격감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그의 타순은 클린업트리오에서 비켜난 6번이다. 공격의 주연이 아닌 조연을 맡은 것이다. 그 스스로도 “나는 이제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며 몸을 낮춘다. 그래도 “내가 맡은 역할은 해내고 싶다”며 “한국시리즈 4승째를 거둬 감독님을 헹가래 하면 만족할 것 같다”고 했다. 사자왕은 조연이어도 사자왕이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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