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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윤재섭>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틀리지 않았던 人事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더니 악조건을 딛고 주어진 일에 매진했던 이들이 속속 중책을 맡았다. 청와대의 부름을 받고 새 금융감독원장에 부임한 진웅섭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 KB금융지주의 새 사령탑에 오른 윤종규 회장이 이들이다.

사실,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금감원장 영전을 예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의 능력이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다. 재무기획통 경제관료라면 누구나 있을법한 학연, 지연이 그에겐 없었다. 고교평준화세대인 탓에 경기고, 서울고와 같은 명문고 재학기회를 가질 수도 없었지만, 그는 고위 경제관료의 70% 이상이 나왔다는 그 흔한(?) 서울대 정문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영포회’가 한창 잘 나가던 MB정부 시절엔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한때, 그는 “덕좀 보지 않겠느냐”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이 학교 중퇴생에, 서울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웃지 않고는 못배길 일이 돼 버렸다.

필자는 2006년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그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경기도 광주에 살았던 그는 매일 새벽 버스와 전철, 택시를 갈아타고 출근해야 했지만 누구보다 먼저 사무실 문을 열었던 성실한 공무원이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그 역시 주말을 반납하고 일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이를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어진 일에 감사한다고 했다. 말수가 많지 않은 대신 거짓을 말하지 않았고, 기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언제나 성심 성의를 다했기에 언론은 그를 신뢰했다.

청와대가 그를 새 금감원장으로 낙점한 것은 나름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학맥과 지연으로 느슨해져 있던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건정성 감독이라는 본연의 책무에 충실한 기관으로 바로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으로 읽혀진다. 또다른 하나는 능력이 있으면 누구든 중책을 맡을 수 있다는 박근혜정부의 인사혁신 방향을 알리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걷잡을 수 없는 내홍으로, 좌초위기에 몰렸던 KB금융지주의 새 수장에 윤종규 회장이 부임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뜯겨진 조직을 조기에 재건하고, 영업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사실 KB금융지주는 400조원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금융회사이지만 주인이 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의 수장이 교체되기를 반복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해야만 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속에 조직의 역량은 침체됐고, 잘못된 인사가 거듭되면서 ‘줄만 잘서면 누구든 임원이 될 수 있다’는 불행한 조직 논리마저 비등했다.

신임 윤 회장은 금융계 속사정에 가장 밝은 전문경영인이다. 대표적인 재무통이자, 덕장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2002년 김정태 행장시절, 2010년 어윤대 회장 시절 각각 국민은행, KB금융지주에 영입됐지만 조직불안 탓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세번째 기회는 다를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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