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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권에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필요한가’ 해외에서 유출 우려 높아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여권에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기재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여행 시 여권을 통해 주민번호가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동남아권 한 호텔 프론트에서 근무했다는 A 씨는 1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숙박을 위해 호텔 측에 여권을 제시할 때 현지 직원들에 의해 한국인의 주민번호가 쉽게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당시 호텔에 국내 한 유명 연예인이 숙박을 하려고 찾아와 여권을 제시했는데 현지 직원들이 그의 주민번호만 따로 메모해놓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며 “마음만 먹으면 일반인의 주민번호를 알아내 악용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 가수 이선희 씨의 앨범에 주민번호가 적혀 있다는 기사를 보고, 요즘도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여권을 통해 주민번호를 쉽게 유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제보 이유를 설명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권을 통해 주민번호가 쉽사리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있어 왔다. 직장인 구모(36) 씨는 “올 여름 중국 여행을 할 때 호텔 체크인과 차량 렌트 시 여권을 보여주었는데 주민번호가 아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취재 결과 지난 2008년 외교부도 주민번호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인식하고, 여권에서 주민번호 뒷자리를 아예 삭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러나 “당시 검토 결과 국민 편의 측면에서 여권에 주민번호 뒷자리를 그대로 둠으로써 얻는 국민 편의가 삭제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결론이 나온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은 출입국 확인 절차 시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있어야 신원 확인이 완벽하게 된다는 점, 국내에서 여권이 신분증 역할도 하기 때문에 주민번호 뒷자리가 꼭 필요하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보호 강화 추세 속에서 유독 여권만 과거의 ‘관성’에 얽매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외교부를 비롯한 중앙부처 공무원의 공무원증에는 주민번호 유출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뒷자리까지 적혀 있던 주민번호가 삭제됐다. 그 자리는 생년월일로 대체했다.

공무원들은 국내에서 신분증 역할을 하는 공무원증의 기능 상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개인정보보호에 힘쓴 것이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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