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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CIA의 추락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이 끝나자 국제질서에 후유증과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된 진영논리는 더 첨예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첩보와 특수공작의 필요성은 급격히 대두됐습니다.

미국이 찬스다 하고 회심의 카드를 내밉니다. 1947년 전후의 일입니다. 먼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설립합니다. 국가체제 수호와 국민안녕이 지상최대 과제로 떠오른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이를 근거로 대통령 직속의 비밀첩보기구를 만듭니다. 이를 주도한 이는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입니다.

10일(우리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건물에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이 CIA 고문실태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미국, 아니 세계적인 정보기관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따져볼 것도 없이 조직과 기능면에서 가히 세계 최강입니다. 외국, 특히 강대국 아니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국가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자국 정부 요로에 보고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좀 더 내막을 보면 상대 정부기관, 기업은 물론 소속 인물까지 장르 구분 없이 취급한다고 합니다. 군사작전이든 마약조직이든 비밀스러운 것은 죄다 통괄하면서 여타 국내 정보기관들도 총괄한다는겁니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입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본부 전경.

더 놀라운 것은 공작금을 포함해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 곳 수장도 모른다는 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본부가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다는 사실 외엔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 으스스한 비밀공작은 작전국이라는 곳에서 관장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1950년대 이란 모사데크 정권, 과테말라 좌익정권 전복에 이어 1960년대 베트남 호치민 정권 타도를 위한 전쟁 수행 직전 사전 쿠데타 등이 대표작이라면 대표작일 겁니다. 

그러나 1990년대 냉전 종식과 함께 CIA의 위상도 급락하고 맙니다. 인력도 줄고 예산도 삭감되면서 전반적으로 활동이 위축된 겁니다. 이러니 미국인 인질사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에 대해서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비난과 비판을 온 몸으로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색적인 CIA의 직원 공개채용 이미지.

군사나 정치 등 살벌한 분야를 접고 경제부문으로 주력 화기를 돌리면서 국경 없는 경제전쟁에 부응하기로 하고 시스템을 대폭 개조했습니다.

그러나 불행의 싹은 오히려 여기서 부터 더 커지고 맙니다. 바로 내막적으로 고문이라는 악습을 버리지 못한 겁니다. 보고 배운 것이 그 것인 냥 말입니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CIA의 과거 고문 사례 보고서 공개를 놓고 밀고 당기던 미국 조야가 이를 공개하고 만겁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10일(한국시간) 전격 공개한 고문 실태는 한마디로 잔혹하고 충격적입니다. 물고문은 물론이고 성고문 위협(실행 여부는 미확인)도 모자라 쇠사슬을 묶은 채 잠을 재우지 않는 등 수법도 다양합니다.

지금 미국은 공포에 휩싸여 들고 있습니다. 테러단체나 극렬주의자들의 보복테러 가능성이 비등해진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경계령을 발동했습니다. 해외 공관이나 군사기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집권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 사이에 갈등도 극에 이릅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특별담화를 통해 9·11 테러 이후 어려운 시기에 많은 올바른 일들을 했지만, 미국적 가치와 국익에 반하는 행동도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언급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워낙 사안이 중대한지라 진정기미를 보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천하의 CIA도 기본에 소홀했습니다. 바로 시대의 흐름을 놓친 겁니다. 그 죄가 결코 간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사상 최대 위기에 놓인 CIA, 새삼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집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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