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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자유학기제에서 희망을 보다…‘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내 길 찾기
-제주도, 44개 전 중학교 대상 1학년 2학기 실시
-예산확보ㆍ진로탐색 참여기관 확보 등 숙제도



[헤럴드경제=이태형(제주) 기자]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에 위치한 서귀중앙여자중학교는 방과후에도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학년4반에 모인 11명의 제주문화반 아이들은 해남촌의 역사에 대해 역할 놀이를 하고 있었다. 1960년대 이후 이농 현상으로 전라남도 해남군 주민들이 제주시로 이주해 집단 정착하면서 형성된 해남촌을 배경으로, 제주 현지인들과 육지인들 사이의 반목을 풀어가는 과정을 역할 놀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문화반은 제주 지역의 역사를 알기 위한 학생 동아리이다.

옆반인 1학년3반에서는 꿈책쓰기반 아이들이 책상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둘러 앉아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연령대별로 인생 스케줄을 짜고 있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70대-남편과 단둘이 해외여행 가기, 노후에 좋은 집으로 이사가기’, ‘80대-젊었을 때 못했던 것 해보기’ 등 10대 소년들의 소박한 꿈들이 하나씩 스케치북의 흰 지면을 채워나갔다.

자리를 옮겨 간 2층 진로실에서는 학생들이 원격화상을 통해 진로 멘토링을 받고 있었다. 전남 영광 성지송학중학교 학생들이 모니터에 보였고, 아이들은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ㆍ영상디자인학과 교수의 멘토링을 받으며, 바느질 회로를 직접 디자인하는 체험수업에 빠져있었다.

올해부터 1학년 2학기 한학기 동안 자유학기제를 전 중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는 도내 44개 중학교 학생들이 중간ㆍ기말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 탐색과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활동이 한창이다.

서귀중앙여중 1학년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동안 자신이 원하는 수업에 참여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지역 문화를 알고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감을 갖고 학업의 목적의식이 뚜렷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서귀중앙여중 1학년 한규리(14) 양은 “발표를 통해 자신감이 쌓이면서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진로체험 기회가 다양해 앞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딸이 제주문화반에서 활동중인 학부모 임선희씨는 “주말까지 사전조사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 뿌듯했고,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제주 신화를 먼저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했다”고 말했다.

황태문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학생들은 자유학기를 통해 한학기 동안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도내 모든 학교가 시행하는 동등한 조건이다보니 학업 면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학부모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행 이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학생들은 전원이, 교사는 73%가 ‘자유학기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에 전국 중학교 70%까지 자유학기제를 도입하고, 2016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당초 50%로 잡았던 목표치를 70%로 늘리면서 필요한 예산은 교육부 특별교부금으로라도 지원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수업을 참관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중학교 사춘기 시절은 인생에 있어 새싹과 같이 소중한 시기”라며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유학기제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장관은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고 바른 인성을 함양할 때 미래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점수에 매이지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써의 관계를 형성하고 나의 소명을 생각하는 시기로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지속적인 예산 확보에 문제가 있고 진로탐색을 위한 참여 기관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오시열 제주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부담이 컸다. 수업 교재와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품을 팔아야 하는데, 교육부가 내년부터 행정실무사를 배치한다고 발표했지만 일선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 줄이기와 병행돼야 자유학기제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서귀중앙여중 교사는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라 지역사회 전체가 지원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며 “특히 진로 체험 기관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유학기제 시범학교 운영비로 지원되는 3500만원이 끊기면 어떻게 예산을 확보할지도 일선 학교의 고민으로 꼽힌다.

한편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청 교육감은 지난 8일 자유학기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공공기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부처 예산 사업으로 운영하는 학생 체험 프로그램을 자유학기제 운영학교에 연계ㆍ지원하도록 협의하기로 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읍ㆍ면 지역에서 학생수가 늘어나고 있고,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하자는 요구도 있다”며 “제주도를 인성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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