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시인과 혁명가의 만남, 하이네와 마르크스의 조우
독일. 어느 겨울 동화/공산당 선언(하인리히 하이네ㆍ카를 마르크스ㆍ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홍성광 옮김, 연암서가)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시와 혁명이론이 만났다. 시인과 혁명가가 만났다.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작품과 카를 마르크스ㆍ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저작 ‘공산당 선언’을 함께 묶은 책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독일. 어느 겨울 동화/공산당선언’이다.

독일의 시인 하이네(1797-1856)는 독일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1831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25년간 살았다.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자신이 주필로 있던 ‘라인신문’이 폐간처분을 받자 1843년 파리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파리에서 두 사람은 자유주의 성향의 문필가 아놀트 루게의 주선으로 만나게 된다. 25세의 젊은 혁명이론가, 낭만주의와 현실참여 성향이결합한 46세의 시인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하이네가 한동안은 매일같이 마르크스 부부를 찾아 쓴 시를 낭독하고 비평을 부탁할 정도였다. 마르크스 부부의 갓난 딸이 죽을 뻔한 위기를 하이네의 간호와 처치로 막은 적도 있었다. 시인으로서 독일지식인으로서 하이네의 신념은 마르크스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독일 사회에 대한 비판만큼은 두 사람 모두 엄정했다. 친교가 무르익을 무렵인 1844년 9월 하이네는 함부르크에서 시 ‘독일. 어느 겨울 동화’를 출간했고, 마르크스는 1948년 프랑스 2월 혁명 직전 엥겔스와 함께 ‘공산당 선언’을 발표했다. 


일종의 독일 여행시인 ‘독일, 어느 겨울 동화’는 독일 사회의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는 하이네의 대표작 중 하나다. 하이네는 독일의 뛰어난 서정시인일 뿐 아니라 당대의 이념과 현실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작품 속 투영한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사회의 궁극적 지향에서 두 사람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지만, 독일의 귀족과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견해는 상당부분 일치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줬으며, 그 사실은 ‘독일. 어느 겨울 동화’와 ‘공산당 선언’의 문구에서도 확인된다. 

두 작품을 번역한 홍성광이 책에 덧붙인 ‘해제’에 따르면 미국의 하이네 연구가인 나이겔 리브는 세부에 이르기까지 마르크스가 하이네의 사상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정밀하게 검증했다. 또 마르크스 비평가인 한스 카우프만은 운문서사시 ‘독일. 어느 겨울 동화’를 단테의 ‘신곡’, 괴테의 ‘파우스트’에 버금가는 걸작이라고 칭송하면서 그것이 26세가 된 마르크스의 활동에 대한 ‘일종의 시적 대응물’이라고 칭했다.

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