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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s Go ASEAN+Korea] ④바틱(Batik) 손재주도 무형 유산…세계문화 투영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황제의 옷’, ‘왕족의 의상’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바틱’(Batik)은 장인(匠人)의 예술혼과 손재주가 빚어낸 인도네시아 수공예 기술의 백미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수제품인데도 한국 일본 미국 브랜드 남방셔츠에 비해 가격이 3분의1 수준이다. “좀 싼 편이다”고 했더니, “이젠 시민들도 즐겨입는 옷이어서 가격을 너무 올리면 안된다”는 인도네시아측 대답이 돌아왔다.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입지만, 탄생한 아기에게 행운을 오기를 기원하면서 바틱 멜빵으로 아기를 업고, 장례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기위해 바틱으로 감싼다. 인형극과 예술 공연에서 입고, 왕족의 바틱을 화산에 던지는 의식 처럼 의례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섬세한 설계와 디자인, 세심한 채색, 삶기와 염색의 되풀이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연필로 흰 천(면 또는 실크)에 점과 선의 모티프를 그리고 스트라이프, 체크 등 문양을 양각한 다음 그림의 윤곽에 따라 양면에 파라핀(밀납)을 입힌다. 색을 순차적으로 염색하고 파라핀 입히는 것을 반복하고, 파라핀 제거를 위해 채색과 삶기를 반복한다.

색깔은 식물의 뿌리, 잎 열매로 만든 천연염료에 라임, 사탕야자, 발효시킨 카사바(cassava), 바나나 등의 다른 성분과 혼합해 다양하게 구현한다. 주로 파란색에는 인디고(indigo), 갈색에는 페토포룸 페루지네움(Pethophorum ferrugineum) 나무의 소가(soga), 빨간색은 멩쿠두(mengkudu, Morinda citrifolia) 나무의 뿌리, 노란색은 테그란(tegeran, Cudrania javanensis)을 쓴다. 반툴(Bantul)의 한 마을에서는 나뭇조각을 삶아 천연 갈색 염료를 만들기도 한다.


사람이 손으로 직접 문양을 넣는 방식(바틱 둘리스), 도구로 찍는 방식(바틱 잡), 공장서 프린트 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제작한다.

바틱은 인도네시아의 전통이 고스란히 담긴 걸작이다. 다만, 도안 등에서는 다양한 국제문화가 투영돼 있다. 가루다, 생명의나무, 불사조, 생명의 나무, 공작, 꽃 등 힌두, 불교, 중국, 인도, 유럽 문화가 투영돼 있고, 동북아 염색, 음각기술, 아랍의 서예(calligraphy) 문화 등과의 유사성도 발견된다.


바틱이라는 말은 원래 자바어로 ‘점이나 얼룩이 있는 천’이라는 뜻의 ‘암바틱(ambatik)’에서 유래됐다. 서부 자바, 중부 자바, 욕야카르타(Yogyakarta) 특별주, 동부 자바지역에서 시작된 인도네시아 바틱은 19세기 초부터 자바를 비롯한 지역으로 확산됐으며, 1980년대 중엽에는 자바 외의 다른 지역으로 전파됐다.

니니키 이치산(Ninik Ichsan), 캄풍 트루스미 쿨롱(Kampung Trusmi Kulon), 치르본, 다나르 하디(Danar Hadi), 수라카르타(Surakarta), 페칼롱간(Pekalongan) 등 바틱 작업장이 유명하다.


가격은 보통 4만~7만원 더 싼 것도 더 비싼 것도 있다. 서울 의류 매장에서 춘하복 남방을 사면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것인데도 20만원 안팎인데 비하면, 최고급 수제품 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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