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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 2014 키워드] 장기불황에 침체된 패션업계…소비자들은 ‘작은 사치’ 즐겼다
-삼성패션연구소 2014년 10대 패션이슈 분석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경제 장기불황과 저성장 기조 속 유난히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한해였다.

침체된 사회 분위기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으며 패션업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7조5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며 고성장 가도를 달리던 아웃도어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SPA 브랜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박싱데이 등 해외 빅세일 위크에 맞춰 국경없는 소비 행태를 보이며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패션 유통업체들 또한 총성없는 콘텐츠 전쟁을 치러야 했다.

삼성패션연구소가 2014년 패션 산업의 10대 이슈를 분석한 자료를 16일 발표했다. 저성장 기조 속 변화하는 패션업계 생산, 소비 주체들의 큰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제일모직 로가디스의 스마트수트(왼쪽)와 기능성 소재를 도입한 에잇세컨즈 의류.

1.저성장 기조하의 패러다임 재편… ‘작은 사치’가 뜬다

국내 패션시장은 일상 생활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재편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오수민 연구원은 “일상 생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작지만 만족감을 주는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며 “소소한 일상에 주목하면서 모든 트렌드가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돌아가고, 혜택과 가격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가치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경험을 위해 소위 ‘작은 사치’와 같은 새로운 소비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2. ‘의ㆍ식ㆍ주ㆍ휴ㆍ미ㆍ락’…늘어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패션과 먹거리 위주에 집중했던 소비 문화가 삶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라이프스타일 소비도 조명을 받고 있다. 유행 아이템과 패션 브랜드 자체에 집중했던 이전과는 달리 삶을 살아가는 방식, 태도, 가치, 소비 습관이 묻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패션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 공간에서 다양한 상품을 문화적 체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개념의 편집매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리빙∙키친 등 영역을 확장하며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10꼬르소꼬모 서울(10 Corso Como Seoul), 비이커(Beaker) 등 패션을 중심으로 생활용품 영역까지 확장한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주(JAJU) 플래그십 스토어나 무인양품(MUJI) 등 생활밀착형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안하는 매장의 등장과 함께 오는 18일에는 리빙 제품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가 국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3. 가치와 이슈를 쫓다…‘P형 소비자’의 등장

한동안 우리는 가치와 가격으로 양분되는 소비 행동을 보이는 ‘가치 소비’에 집중해왔고 합리적인 가격과 거금을 투자할 만한 가치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 그러나 스마트 소비의 시대에도 열망하는 대상을 구입하기 위해 장시간 줄서기도 감수하고 심지어 프리미엄을 붙여 더 비싼 값에 구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등장했다. 자신만의 관점에 따라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나 상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당 상품을 소유함으로써 과시하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자신만의 강력한 준거 기준에 기반한 소비 생활을 영위하는 소비자를 ‘P형 소비자’라 명명했다. 오 연구원은 “슈퍼마리오 해피밀 세트나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콜라보레이션 의상을 갖기 위해 맥도널드와 H&M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차별적 가치를 가진 상품을 소유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대표적인 P형 소비자”라며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매니아 감성을 자극할 차별적 가치, 이슈화될 만한 매력, 몰입할 수 있는 경험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4. 메네상스 (Menaissance = Male + Renaissance), 여미족의 등장

과거에는 소비 시장의 주체가 여성이었지만, 패션 감각이 발달한 20~30대의 젊고(Young), 도시에 거주하는(Urban) 남성(Male)을 뜻하는 여미족(Yumm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고, 패션과 언론에 관여가 높아 유행에 민감한 소비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정보 공유 활동도 활발하고,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여미족의 특성에 맞춰 유통가도 변화하고 있다. 신사복 ‘갤럭시’는 남성 편집매장 ‘란스미어’와 결합한 ‘갤럭시 라운지’를 새롭게 선보였고,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7층을 ‘씨티 스케이프(The City Scape)’라는 컨셉의 남성 전문관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 제품과 기타 남성 아이템을 판매하는 남성 전문 편집숍 ‘루이스클럽’ 등 남성 전문 매장 오픈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5. 복고, 아날로그, 그리고 놈코어…90년대 문화코드의 부활

‘건축학 개론’, ‘응답하라 1997’, 싸이의 ‘강남스타일’, ‘응답하라 1994’에 이어 무한도전에서 진행하는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까지 복고, 아날로그라는 이름의 90년대 문화 코드는 최근 ‘놈코어(Normal+Hardcoreㆍ유행을 따르지 않는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올 한해 패션업계에서 가장 자주 등장했던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놈코어다. 힙스터에 대한 대항마로 등장, 꾸미지 않은 것이 꾸미는 것이 되는 고도의 패션 스타일링 전략으로, 스웻셔츠, 스타디움 점퍼, 스냅백과 같은 아이템이 부각되면서 놈코어 스타일이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오 연구원은 “외환위기와 취업전쟁 등으로 치열했던 90년대 감성이 저성장 기조의 현 시대와 맞물리면서 청춘의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온 30~40대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또는 Y세대)에게도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트렌드를 이끄는 청담 10꼬르소꼬모(왼쪽)와 비이커 매장.

6. 스마트수트의 등장…뜨거운 기능성 소재 경쟁

이제 패션에서의 기능성은 스포츠웨어나 아웃도어웨어만 한정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겨울 한파에 젊은 소비층까지 내의 구매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패션기업들도 기능성 발열 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텐셀(Tencel)’ 소재를 사용해 겨울철 추위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동시에 촉촉한 감촉을 가진 에잇세컨즈의 원더웜(Wonder Warm) 및 BYC의 보디히트, 탑텐의 온에어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 G마켓도 중소 의류업체와 공동 개발한 웜업(Warm Up)을 출시했다. 신사복도 예외는 아니다. 로가디스는 기존 수트보다 기능성과 활동성을 강화한 스마트 수트 2.0도 출시했다. 실루엣을 최대한 살리면서 신축성이 강화된 파워네트를 사용해 활동성을 극대화했고, 상의 스마트폰 전용 주머니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 태그 삽입으로 비즈니스맨에게 편리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다.

7. 바이럴 마케팅ㆍ유튜브 마케팅…SNS가 시장을 ‘들었다놨다’

최근 때 아닌 감자칩 품귀 현상으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8월 해태제과에서 출시한 ‘허니버터칩’은 SNS를 통해 ‘없어서 못 파는 과자’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이다. 올해 이와 같은 많은 이슈들이 SNS를 통해 쏟아졌다. 소비자들 스스로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 마케팅의 파급력이 커짐에 따라 이를 이용한 유튜브 마케팅 또한 많은 이슈를 낳았다. 김보성이 의리를 외쳤던 ‘비락식혜’, 밴드 장미여관의 멤버 육중완이 등장하는 ‘로가디스’의 스마트 수트 등 TV 광고에서 다루기 꺼리는 B급 코드를 활용해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었으며, 이를 SNS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구전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2015년에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럴 마케팅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8. 해외직구ㆍ역직구…‘국경없는 소비자’들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해외 직구도 망설이지 않는다.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진행되는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에서의 쇼핑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만여건이던 한국의 해외 직구는 8만여건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직구 규모도 지난해 1조1000억원에서 올해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유통업계도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 맞서 소비자를 잡기 위한 다양한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제일모직은 지난 5일부터 28일까지 일정액 이상을 구매한 고객은 삼성전자 32인치 LED TV와 소형 세탁기, 청소 가운데 1개(한정 수량)를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는 ‘슈퍼 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또한 백화점들의 잇단 자체 행사뿐만 아니라 11번가, 롯데닷컴, 현대H몰 등 온라인 쇼핑몰도 지난 12일 하루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준비하기도 했다.

9. 한국 브랜드의 잇단 중국진출…차이나 머니의 유입 본격화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내 패션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포화상태의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한류파워를 앞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또한 국내 패션업계에 차이나 머니의 유입도 본격화했다. 2012년 인터크루를 시작으로 탱커스, BNX 등 아비스타의 경영권이 중국기업으로 넘어가는 등 국내 패션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직∙간접적 자금 투자를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산아 제한 정책이 풀리는 2016년 중국 아동복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기업이 국내 유아동복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계 글로벌 기업 리앤펑이 서양네트웍스를 인수한데 이어, 랑시그룹이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해, 국내 유아동복 1위 기업이 모두 중국 소유가 됐다. 중국 유아동복 제품들은 아직도 낙후돼 있어 상품 기획력이 크게 앞서는 국내 유아동복 브랜드를 미리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10. 백화점들 잇단 파격적인 리뉴얼…“콘텐츠를 차별화하라”

경험과 몰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유통업체들도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형적인 편집 매장 방식의 ‘오픈형 MD’를 콘셉트로 브랜드 간 벽을 허문 갤러리아백화점의 파격적인 리뉴얼부터, 신세계 본점은 지난해 4N5에 이어, 올해는 신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남성관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해 차별화된 공간을 제안했다. 2000년 개장하여 몰링(Malling)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코엑스몰은 1년 8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지난 11월 기존의 복합쇼핑몰을 넘어 문화, 예술, 비즈니스, 쇼핑, 관광이 함께 어우러진 ‘컬처 플랫폼(Culutre Platform)’으로 재탄생했다. 롯데월드몰도 편집숍 형태를 띠고 있으며, 국내 최다ㆍ최대ㆍ최초 브랜드 투입으로 이슈를 모은 바 있다. 이들 복합쇼핑몰들은 콘텐츠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자라 홈, COS, H&M 홈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기도 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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