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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장기·남편은 신장기증…희생으로 사랑실천한 부부 화제


“아내에게 장기를 기증받은 다섯 명의 삶을 통해 아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에 위로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내의 뜻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뇌사 상태의 아내가 장기를 기증한 지 1년 만에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기로 한 남편이 등장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해 6월 김충효(45·사진) 씨의 아내 박선화 씨는 갑작스럽게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었다. 급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아내가 ‘뇌사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김 씨는 그렇게 허망하게 아내를 보낼 수 없었고, 뇌사 장기기증을 고민하게 됐다. 당시 김 씨는 호스피스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있었다. 김 씨는 “가족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배우던 중 아내를 잃을 위기에 처했고, 남겨진 세 아들이 걱정됐다”며 “아이들이 엄마와의 이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김 씨는 아내의 언니인 처형과 장기기증에 대해 상담했고, 결국 박선화 씨는 지난해 6월15일 5명의 생명을 살리며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전하고 생을 마감했다.

아내가 떠난 지 1년 쯤 되던 지난 6월, 김 씨는 다니고 있던 교회에서 ‘사랑의 장기기증캠페인’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순수 신장기증을 결심했다. 김 씨는 “아이들과 저에게 위로가 되는 일이 있다면 아내가 5명의 이식인들의 삶을 통해 살아있다는 것”이라며 “생의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살리고 떠난 아내의 사랑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신장 기증을 실천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만성신부전 환우에게 자신의 콩팥 하나를 기증하며 새 삶을 선물하게 된 김 씨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나중에 제 아들들이 신장기증을 하겠다고 한다면, 저는 기꺼이 응원하겠다”며 “제 신장을 이식받는 분이 앞으로 더욱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기도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 씨를 통해 새 생명을 선물받게 된 이식인은 50대 여성 홍모 씨다. 이 여성은 지난 1998년부터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혈액 투석을 받으며 투병 생활을 해왔다. 홍 씨는 “천사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됐다”며 “18년간의 오랜 투병생활을 해 온 제 인생에도 이런 기적이 찾아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저를 위해 기꺼이 수술대에 오르겠다고 나서 주신 기증인의 그 뜻 이어 받아 저도받은 사랑 나누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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